산업 산업일반

中 저가공세에…열연강판도 '반덤핑' 제소한다

■철강업계, 후판 이어 적극 대응

국산보다 30% 저렴한 가격 탓에

작년보다도 中제품 수입 늘어나

전방산업 호황 불구 실적 뒷걸음

전세계 中열연 규제강화도 한몫

제강사는 원가비용 올라 '반대'

열연코일열연코일




국내 철강 업계가 중국산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에도 ‘반덤핑(AD) 제소’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보다 최대 30% 저렴한 중국산 열연 제품 공습으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는다는 취지다. 국제적으로 중국 철강에 대한 무역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철강사들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선 배경이다.



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제철 업계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제소를 한 후의 추가 조치다. 반덤핑 제소가 받아들여지면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의 차액 범위 내에서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 철강사들이 열연에 대해 반덤핑 제소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중국 업체들이 자국 내 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열연을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한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 교란이 일어나고 이는 국내 철강 산업 자체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철강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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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 8월 말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열연강판의 유통가는 최저 50만 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톤당 약 8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포스코·현대제철 제품보다 30% 가까이 저렴하다. 이마저도 국산 가격은 저가 중국산 공습으로 크게 하락한 가격이다. 2022년 당시 110만 원에 육박했던 국산 열연가는 지난해 90만 원 대로 수직 하락했고 올해 추가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열연 수입 물량은 총 92만 2000톤으로 지난해(90만 9000톤)보다 더 많다.

국내 철강사들은 전방산업인 자동차·조선 업계의 수주가 쌓이며 열연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열연은 주로 자동차 및 선박 제조에 활용되는데 이들 업종이 호황임에도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으로 열연 분야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며 “중국산에 대한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하게 수입되는 저가 제품에는 관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자국 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철강재, 특히 열연 제품에 대한 무역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국내 철강사들이 반덤핑 제소에 나선 요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7월 말 중국산 열연강판의 마진율이 30%에 육박한다고 비판하며 즉각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베트남·튀르키예 등도 중국산 열연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멕시코는 아예 모든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5~25%의 임시 관세를 부과했고 칠레도 33.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5월 중국산 철강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연내 인상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도 중국의 수출량 급증으로 열연 가격이 올해만 약 20% 하락하자 반덤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산 철강에 최소 1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관세를 내고도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저가 중국산에 대한 산업 피해를 호소하고 무역 규제를 검토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1억 톤 이상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열연강판을 원자재로 삼는 동국제강·세아제강·KG스틸 등 제강사들은 반덤핑 제소와 관련해 제철소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제강사들은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원가 비용이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덤핑 제소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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