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195940)이 만성 변비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에 돌입한다. 주력 제품인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에 이어 ‘넥스트 케이캡’ 발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HK이노엔이 신청한 변비 신약 후보물질인 ‘IN-114199’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IN-114199은 담즙산 수용체(IBAT) 저해제 계열의 만성 변비 신약 후보물질이다. IBAT 저해제는 소장에서 담즙산의 재흡수를 차단하는 기전이다. 대장으로 담즙산을 더 많이 이동시킬 수 있어 대장 내 수분 분비를 촉진하고 대장 운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번 임상1상은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IN-114199 경구 투여 후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약력학적 특성 및 식이 영향을 평가하게 된다.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되며 2026년 8월까지 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만성변비는 뚜렷한 원인 없이 장기간 지속되는 변비의 일종이다.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만성 변비는 전 세계 인구 10~17%에 영향을 미치는 흔한 질병이다. 특히 중국·일본·남미의 만성 변비 유병률은 평균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IBAT 저해제 계열로 만성변비 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는 HK이노엔이 유일하다. 기존 변비 치료제 대비 IBAT 계열 약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장기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변비 치료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대장 기능의 약화, 미네랄과 비타민의 결핍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HK이노엔은 IN-114199이 비임상 결과 만성 특발성 변비에 대한 효능이 기존 변비치료제와 차별화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전으로 허가 받은 경쟁 제품은 일본 EA파마와 모치다제약의 ‘구피스’가 있다. 2018년 일본, 2021년 태국에서 출시됐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비임상 결과를 토대로 봤을 때 HK이노엔 약물의 경쟁력은 대조군 대비 동일 용량에서 높은 선택성과 낮은 약물 상호작용”이라고 말했다. 동일한 용량의 약물을 투입했을 때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만성 변비 치료제를 비주류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수요는 많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변비치료제 약가는 해외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HK이노엔은 일본과 중국 시장으로 기술 수출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중국은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자체 개발과 기술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연구개발(R&D) 기조의 연장선” 이라며 “기술수출을 위한 파트너링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먹거리 변화 등으로 인해 만성변비 시장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팩트엠알에 따르면 만성 변비 치료 시장은 지난해 약 12조 5000억 원에서 2033년 약 26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