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출근 중 교통사고를 당한 후 기저질환이 악화돼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사고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있어 출퇴근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회사에서 락카룸 관리와 청소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로, 2019년 3월 26일 출근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직후 대뇌출혈 진단을 받아 2021년에 업무상 질병 또는 출퇴근 재해를 주장하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상태가 외상과 관련 없는 자발적 뇌내출혈로 확인됐고, 이전의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고려할 때 업무와 상병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새벽 근무를 위해 차량을 운전하던 중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면서 이 사건 상병이 촉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업무상 과로가 있었고 교대제 업무를 하면서 생체리듬이 깨진 것도 원인이라며 사고와 상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상병이 발병했으므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출퇴근 운전 중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 뇌출혈이 발병했다면 A씨가 사고 직후 의식이 뚜렷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은 A씨의 기저질환에 사고가 겹쳐 뇌출혈이 유발되거나 악화한 것으로 판단하여 사고와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A씨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특별한 문제 없이 근무했고, 출근 중 발생한 사고가 기저질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직전까지 일반적인 근무 조건에서 일을 했고, 기저질환이 단독으로 뇌출혈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근 중 사고가 기저질환에 영향을 줬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