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대생 휴학 허용…의정 협의체에서 머리 맞대고 대화할 때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8개월 넘게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하자 의료계 일부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9일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대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갖고 의대생의 개인적 사유에 의한 휴학 신청은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내년 3월 복귀’라는 휴학 승인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각 대학과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다. 정부의 기존 방침 철회는 대규모 제적에 따른 혼란을 막고 갈등 해결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부 의료계는 이를 계기로 의정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여야의정이 함께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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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정작 핵심 당사자인 의대생과 전공의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측은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 외에 변한 것은 없다”고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비롯한 7대 요구 사항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는 개문발차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의료계가 요구해온 의대생 휴학 승인이 이뤄진 만큼 이제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할 때다. 이미 절차가 진행 중인 2025년도 입시와 관련해 의대 정원을 조정하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와 의사들은 여야의정협의체에서 2026년도 이후의 의대 정원 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 진료과목 합리적 보상 등 필수·지역 의료 강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정부와 의사들이 조속히 대화의 물꼬를 터야 의료 파행 장기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정부도 보다 유연한 자세로 의사들을 적극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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