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이 쇄신 인사를 앞두고 연속 토론회를 실시하고 있다.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의 대대적 쇄신책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DS 부문 소속 임원들을 사업부 단위로 만나 토론회를 열고 자사 반도체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 방안, 조직 개편 방향 등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최근 메모리사업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파운드리(4일)·시스템LSI사업부(5일)에 대한 토론회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 내부에서는 연말 인사 및 조직 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는 예년보다 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회사가 반도체 전 영역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만큼 몇 주만이라도 쇄신 작업을 앞당겨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사업부 사장단 상당수가 교체되는 인적 쇄신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가올 연말 인사 개편에는 메모리가 중심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선단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제품에서 기술력 열위가 최근 위기의 씨앗이 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공감대다. 전 부회장은 취임 이후 HBM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크고 작은 조직 개편을 단행해왔으며 연말에는 한발 더 나아가 파운드리사업부 등 일부 인력이 메모리사업부로 이동하는 대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경영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사업 전략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HBM 등 수익성이 높은 인공지능(AI) 메모리에 집중하는 한편 기존 파운드리 턴키(일괄 수주) 전략을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다가올 커스텀 HBM에서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장과 경쟁사 추격을 위해 TSMC 등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고대하던 5세대 HBM(HBM3E)의 8단 제품이 엔비디아 납품을 앞두고 있다. 전 부회장은 이달 1일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쇄신 방향과 관련해 “과거 성과에 안주해 승부 근성과 절실함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미래보다는 현실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경영진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보겠다”며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