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현정 이보형 전 판소리학회 회장이 13일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4일 밝혔다. 향년 89세.
1935년 전북 김제 만경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와 동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 나운영(1922∼1993) 교수로부터 서양음악 작곡을 배웠다. 이후 1969∼1975년 한국국악예술학교 전임강사, 1970∼1998 연세대 음대 강사, 1975∼2008년 서울대 음대 강사로 강단에 섰다. 또 판소리학회장, 한국고음반연구회장, 한국퉁소연구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1957년 이혜구(1909∼2010) 선생의 책 ‘한국 음악 연구’를 보고 국악 연구에 뜻을 뒀고, 1960년대 말부터 판소리 명창을 대담하거나 유성기 음반을 수집하며 판소리 음악 문화의 기록화와 학문화에 애썼다.
이 전 회장은 1971년 한국민속극연구회에서 발간되는 학술지 ‘서낭당’ 창간호에 ‘판소리 경드름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이래로 ‘판소리 팔명창 음악론’ 등 총 200여편의 민속음악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판소리 경드름에 관한 연구’ 등은 판소리 악조에 대한 첫 연구로서 판소리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악계에서는 “국악을 연구하려면 이보형의 논문을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정설로 꼽힐 정도다. 고인의 시나위(무당의 노래에 맞추어 악사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가락) 조사는 사라질 뻔한 한국 민속음악의 한 장르를 보존한 중요한 연구로 꼽힌다.
이 전 회장의 저서로는 ‘노동과 굿-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세계관’(1989), ‘경서토리 음구조 유형에 관한 연구’(1992), ‘이보형 논문집’(2013), ‘춤은 내드름을 어떻게 굴리는가에’(2015) 등이 있다. 그는 방일영국악상(2009), 일본 고이즈미민족음악대상(2012), 동리대상(2018)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