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북러 밀착’ 두고 설전…시진핑, 트럼프 겨냥 “공존” 언급도

■바이든-시진핑 마지막 정상회담

바이든 "北도발 높아질 가능성"

시진핑, 즉각 개입에는 선그어

"미중 충돌 안돼" "함께 발전을"

'트럼프 2기' 향한 쓴소리 쏟아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 정상은 사실상 마지막 회담에서 거침없이 설전을 주고받았는데 이 가운데는 내년 1월 백악관의 주인이 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도 적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 같은 행위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적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러 간의 군사 협력 분야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북한이 러시아에 170㎜ 자주포 50문과 240㎜ 방사포 20문을 제공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지원에 점점 더 깊이 개입하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심화하면서 우리가 경고했던 도발적 행동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 또는 추가 미사일 시험, 7차 핵실험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이 발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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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가급적 빨리 북한의 파병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 반면 시 주석은 중국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있을 경우에 한해 개입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러 간의 군사 협력 등과 관련해 중국이 단기간에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또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수출 통제 정책 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시 주석은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은 해결책이 아니며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작은 마당과 높은 담(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은 큰 나라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 세션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부상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무역·투자·기술·서비스의 흐름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 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수출 통제는 중국과의 광범위한 분리가 아닌, 중국과 맺고 있는 전체 무역에서 매우 작은 부분인 높은 수준의 기술 역량에 대한 것”이라면서 “반도체와 제조 장비는 특히 국가 안보 우려 측면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시대를 앞두고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의 발언 가운데 상당수는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것으로 읽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쟁이 충돌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후임자인 트럼프 당선인인 중국과의 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가지 말고 자신처럼 관리와 경쟁을 병행할 것임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도 “지난 4년의 경험은 정리할 만하고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도 안 되며 이길 수도 없다”면서 “양국은 양국 인민의 행복과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현명한 선택을 하고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는 이날 APEC 정상 기념사진에서 저명한 세계 지도자들이 정면 중앙에 위치한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어색하게 뒤쪽에 서 있었다고 논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뒷줄 가장자리 쪽에 서 있는데 이는 미국 지도자들의 평소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시 주석은 올해 APEC 주최국인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인 앞줄 중앙에 자리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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