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통합으로 출구 찾은 전남의대 "환영"…과오 잊은 자화자찬 "한숨"

목포대·순천대 '통합합의' 정부 답변 관심

통합의대 어디로…갈등 불씨 여전히 남아

송하철(오른쪽) 국립 목포대학교 총장과 이병운(왼쪽) 국립 순천대학교 총장이 지난 15일 34년 전남 지역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목포대송하철(오른쪽) 국립 목포대학교 총장과 이병운(왼쪽) 국립 순천대학교 총장이 지난 15일 34년 전남 지역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목포대



34년 전남도민의 숙원 ‘전남권 국립의대(전남의대)’ 설립 방식이 마침표를 찍었다. 9개월 동안 치열한 공방과 경쟁을 펼쳤던 순천대와 목포대가 전남의대 신설을 위해 지난 15일 ‘대학 통합’에 전격 합의하면서 동(순천)·서(목포)갈등도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통합’에 대한 환영문을 발표하고 34년 전남도민의 숙원사업이 해결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어 정부 설득 작업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기했다.



전남의대 신설을 위한 큰 쟁점은 통합의대 형태다. 공동의대 형태처럼 목포대와 순천대에 의대 캠퍼스 2곳을 두고 병원 2곳을 신축할 것인지, 아니면 한 곳에 통합의대를 몰아주고 대학병원만 두 지역에 설치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1의과대학 2대학병원 체제로 갈 경우 통합의대를 어디에 둘지는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에 대한 합의가 난마처럼 얽힌 전남 국립의대 문제에 출구를 찾은 듯하지만, 다시 미로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해관계에 있던 양 단체장(순천시장·목포시장)도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일관된 주장을 펼쳐온 노관규 순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모로 휩쓸려 나갈뻔한 의과대학 문제를 통합이라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위대한 순천시민여러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통합에 환영을 내비치면서도 “순천대는 첨부터 국가가 재원을 부담해서 만든대학이 아니다. 우석 김종익 선생의 출연과 6·25로 불타버린 대학을 지역민들 십시일반 갹출과 울력으로 재건해 만든 대학이다. 꼭 통합의과대학본부와 의대켐퍼스·대학병원이 순천대에 오는지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률 목포시장도 입장문을 통해 “목포시와 목포대의 지난 34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합의대 설립’ 합의에 의과대학을 어느 대학으로 할 것인지 명확히 지정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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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도민들은 “의대 운영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 통합의 대의에 따라 전남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타협하고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김영록 전남지사는 18일 오후 목포를 방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통합의대 설립 방안을 보고하고, 이번 주 열리는 여야의정협의체에서 전남 의대 신설을 안건으로 다뤄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따라서 2026학년도 등 의대 정원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여야의정협의체 최종 논의 결과와 신설 통합의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정해질 지가 주목된다.

전남의대 신설 방식을 놓고 동(순천)·서(목포) 갈등의 주 원인인 전남도 주도의 공모를 선동했던 민주당 순천시(갑) 지역위원장 이름의 현수막.전남의대 신설 방식을 놓고 동(순천)·서(목포) 갈등의 주 원인인 전남도 주도의 공모를 선동했던 민주당 순천시(갑) 지역위원장 이름의 현수막.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통합에 합의가 된 만큼 전남의대 신설을 위한 절차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 갈등을 유발했던 민주당 소속 지역(순천) 정치인들의 과오를 잊은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통합의대→ 공모 추천(단독의대)→ 공동의대→ 통합의대가 추진되는 등 오락가락 한 배경에는 전남도 주도의 공모방식이 주 원인이었다. 순천 등 동부권 일대에서는 공모에 대해 반발이 더욱 거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 순천시(갑) 지역위원회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공모를 선동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공동으로 돌아서는 등 지역사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순천시(갑) 국회의원은 18일 ‘순천대-목포대 통합합의…’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상생방안을 제시했다. 공모 불참은 의대 유치 확률 0%, 공모 참여는 50%, 공동의대 또는 통합의대로의 참여는 100%”라고 강조하며 순천시와 순천대를 적극 설득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순천시(갑) 국회의원은 순천시와 순천대, 지역사회와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공모를 선동했고, 자신이 순천시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에는 통합의대라는 문구는 전혀 나오지도 않았다. 그는 당시 일편단심 ‘공모’만 외쳤다.

이후 전남도가 공동·통합으로 선회하자 갑작스럽게 공모를 철회, 공동이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미 수개월 동안 지역 간 소모전 갈등이 불거졌는데도 말이다. 여기에 당초 “대학병원은 율촌(여수)에”라는 주장을 펼치는 등 결국 통합이 되자 ‘숟가락 얹는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한노인회전남연합회, 전남사회복지협의회, 전남사회서비스원, 강진·순천의료원, 전라남도광역치매센터를 비롯한 전남도 보건·복지분야 기관·단체 25개소는 18일 환영 입장문을 내고,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 의과대학 설립’ 합의를 결정한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밝혔다.


목포·순천=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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