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존재하지 않는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일반 협박죄만 인정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성관계 촬영물을 외부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최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겁주기 위해 실제로 동영상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했다"고 진술했으며, 휴대전화에서도 촬영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생전 진술을 종합해도 김씨에게 성관계를 촬영한 동영상이 존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해당 협박 사건으로부터 한달여 뒤 돈 문제 등으로 피해자와 다투다 살해한 혐의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1·2심 법원은 김씨에게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일반 협박 혐의만 적용했다.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과거에 성적인 촬영물을 가지고 있었다면 협박 당시 소지하거나 유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가 성립한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는 촬영물의 존재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기에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