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석화·철강 휘청, 반도체는 불안…"보조금·전기료 타깃지원을"

[힘 실리는 확장재정]

◆ 재정지원은 '선택과 집중'

내수 부진에 고환율 이어지는데

트럼프 집권에 中 저가수출 겹쳐

반도체 등 주력산업 어려움 가중

위기 극복 위해 투자 집중 필요

수출입 화물이 지난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쌓여 있다. 연합뉴스수출입 화물이 지난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쌓여 있다. 연합뉴스








대만 정부가 최근 누적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영 전력 기업 대만전력공사(TPC)에 보조금 1000억 대만달러(약 4조 3000억 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최근 2~3년 동안 국제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했고 TPC의 누적 적자가 지난해 말 기준 3826억 대만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대만 정부의 보조금이 TPC의 재정 악화를 막고 TSMC 같은 핵심 업체에 간접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용을 더 들여다봐야 하지만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한국과 대비되는 측면은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확산 등 다가오는 글로벌 다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도체·2차전지·석유화학·철강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 내부에서도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무너졌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우리 기업들이 맨몸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계경제가 대전환의 시기인 만큼 대기업에 돈을 퍼준다는 과거의 도그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2%로 0.2%포인트 하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예상치를 2.2%에서 2%로 낮췄다. 고환율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오른 1401.8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14일 이후 6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1400원대로 올라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경제 상황은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때는 재정을 조금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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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확장 재정에는 최대한 선을 그어왔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 전망치(4.5%)보다 낮은 3.2%로 잡으면서 사실상 긴축 재정을 편성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재정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투자 자금이 돌지 않고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을 포함해 반도체와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대 20%의 보편관세를 매기고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이 경우 원화 약세와 함께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대로 관세가 오르면 세계 교역량이 0.36~3.60% 감소해 한국의 수출이 142억 6000만~347억 4000만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없앨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관련 지원을 받는 반도체·전기차·2차전지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철강 산업은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값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지난달 톤당 평균 148.42달러로 손익 분기점으로 통하는 250~300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올 1~9월 조강 생산량은 4764만 톤으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도 이날 39조 엔(약 353조 원) 규모의 종합 경제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2030년까지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에 10조 엔(약 91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재정 지원은) 주식처럼 분산 투자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특정 산업,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를 몰아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저소득층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돈을 푼다면 1순위는 법적 의무 지출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계층과 자영업자를 선별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심우일 기자·세종=조윤진 기자·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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