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무너뜨린 한국의 10대 선수들에게 대만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거침없는 스트로크로 대담한 경기 운영을 선보인 한국 여자 주니어 대표팀은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대만을 꺾고 선배들이 못 다 이룬 단체전 우승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한국은 25일(한국 시간) 스웨덴의 헬싱보리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대만을 3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청소년선수권이 시작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앞서 한국은 이 대회 남자 단식(2007년 정상은, 2013년 장우진)에서는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단체전 우승은 이번이 남녀 대표팀 통틀어 처음이다. 단체전 최고 성적은 남자팀이 세 차례 기록한 준우승이고 여자팀은 2009년 대회와 2018년 대회 때 각각 동메달을 수확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성인 대표팀을 포함해 한국의 세계 대회 단체전 우승은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33년 만이다.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 박가현(17·대한항공), 최나현(16), 김태민(17·이상 호수돈여고)으로 팀을 구성한 한국은 결승까지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 모두가 눈부신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대회 가장 큰 고비였던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2승을 따낸 유예린과 결승전에서 2승을 거두며 대만을 잡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박가현 등 탁구인 2세들로 구성된 주전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유예린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의 딸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유예린은 유 감독과 ‘부녀 세계 대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유 감독은 19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호흡을 맞춰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딸이 세계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아버지의 묵은 한을 풀어준 셈이 됐다. 박가현은 박경수 한남대 감독의 딸이며 또 다른 주전 선수인 최나현은 최주성 대전동산중 감독의 딸이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은 “부침을 겪었던 한국 여자 탁구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 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며 중흥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국제 무대에서 중국 등 강팀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TTF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더 많은 드라마를 약속하며 팀 역사를 새롭게 썼다”며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