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대 배임과 허위광고 지시 혐의를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홍 전 회장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수사 결론이 홍 전 회장과 남양유업 사이의 각종 민사 분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혐의를 받는 홍 전 회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홍 전 회장은 친인척 운영업체를 거래 중간에 불필요하게 끼워 넣는 방식 등으로 남양유업에 10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또 납품업체들로부터 거래 대가로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기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납품업체 대표를 회사 감사로 임명한 뒤 급여를 되돌려받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은 ‘불가리스’ 유제품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특히 허위광고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이 이에 가담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휴대폰을 버리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홍 전 회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을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향후 검찰 수사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의 가족들이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홍 전 회장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에 따라 향후 홍 전 회장과 회사 측 간의 진행되고 있는 민사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 일가의 60년 오너 체제를 끝내고 올 1월 말 최대주주가 한앤코로 변경된 이후에도 각종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홍 전 회장은 5월 회사를 상대로 444억 원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남양유업 내부 감사는 지난해 6월 홍 전 회장을 상대로 52억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내기도 했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회사 차원에서 허위광고로 인해 부담한 과징금 및 벌금 등을 반환 청구하라는 내용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민사 소송과 검찰의 수사는 다르지만 양측이 얽혀있는 각종 민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검찰이 향후 홍 회장에 배임·배임수재 등 어떤 혐의를 얼만큼 적용하느냐에 따라 남양유업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또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홍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액을 각각 수십억 원 수준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검찰 수사는 남양유업의 고소로 시작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8월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고소했다. 남양유업이 횡령 등으로 고소한 금액은 201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