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을 방문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에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 뒷 얘기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 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사의를 표시하려 했으나 이 총재가 만류했다는 것.
이 총재는 "당시 최 부총리에게 '경제 사령탑이 있어야 대외적으로 심리가 안정된다'고 사의를 만류했다"고 밝혔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정치 상황과 별개로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경제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지금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탄핵 정국을 맞이하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했고 이 총재도 큰 틀에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