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17일 대법원 1부(신숙희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 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해도 원심이 징역 30년을 선고한 게 심히 부당하다 할 수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A씨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B씨와 약 1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이후에도 인천 남동구 B씨의 집 부근을 지속해 찾아가는 등 스토킹 행위를 저질렀다.
B씨가 2023년 5월 A씨를 스토킹으로 신고한 후 법원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자 A씨는 자신의 스토킹이 직장에 알려진 사실 등에 분노해 접근금지 명령 한 달여 만에 B씨를 찾아가 B씨의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이를 말리려던 B씨의 모친에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법률에 마련된 모든 보호조치를 강구하려고 노력했지만 피고인은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지자 더 살상력이 좋은 흉기를 구매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피해자 모친과 딸은 범행 현장을 직접 목격했는데 이들이 느꼈을 공포심, 참담함과 황망함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고 그 정서적 트라우마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25년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형량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