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패스트트랙 추인...한국당 "의회민주주의 사망"

바른미래, 격론끝 12대11로 가결
이언주 탈당...분당 신호탄될지 주목
황교안 "독재폭정 이어가겠다는 것"
한국당, 내일까지 국회 철야농성
주말엔 광화문서 규탄대회 검토
공 넘어간 사개특위가 다음 고비
바른미래 의원 찬성할지 불투명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현안 관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권욱기자 2019.04.23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23일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인했다. 공은 25일 열리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갔는데 사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의 의사가 불투명해 넘어서야 할 큰 고비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철야농성에 돌입하면서 “의회민주주의가 사망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캐스팅보트’ 바른미래, 한 표차로 가결=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은 이날 약 4시간의 마라톤 의총을 열고 격론을 벌였다. 초반에는 추인을 과반수로 할지, 3분의2 이상 동의를 할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결국 총 의원 29명 중 23명이 참석해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만장일치로, 민주평화당도 지역구 통폐합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무난히 추인했다.

◇한국당 하루에만 두 번 긴급 의총…“총력 저지”=한국당은 이례적으로 하루에만 두 번의 긴급 의총을 열고 이날부터 25일까지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하기로 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청와대로 이동, 규탄대회도 열었다. 한국당은 지난 20일에 이어 오는 27일에도 광화문에서 규탄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24일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점도 집중 지적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산불·지진대응 추경이 아닌 내년 총선을 겨냥한 추경은 총력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23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황교안 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현 정권은 귀 막고, 눈 닫는 독재폭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며 “이제 투쟁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민생·안보를 다 망쳐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니 이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치졸한 발상”이라며 “심판회피용 악법을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몰락”이라며 저지를 위한 투쟁에 참여해줄 것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정국도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하고 국회로 보낼 것으로 보이지만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임시국회도 개점휴업하며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시급한 경제 관련 사안 논의도 공회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미래 오신환에 관심 집중=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인했지만 갈 길은 멀다. 당장 다음 고비는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심사할 사개특위다. 소속 위원 18명 중 5분의3인 11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각 상임위원회 심사가 시작된다. 소속 위원을 보면 민주당 8명, 민주평화당 1명으로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찬성표가 필수적이다. 권 의원은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는 말이 나오지만 오 의원은 불투명하다. 무기명투표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일단 바른미래당은 두 의원을 사보임하지 않고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평소 오 의원이 (공수처에 기소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당의 입장이 정해졌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고려해 사개특위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안을 다룰 정개특위는 18명 중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는 위원이 12명으로 5분의3을 넘어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개특위·사개특위를 통과하면 180일간의 상임위, 90일의 법제사법위원회, 60일간의 본회의 논의 절차를 거친다.

청와대에서는 환영의 메시지가 나왔다. 조국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대환영!”이라고 적고 “패스트트랙이라는 합법적 절차에 따른 입법 시도에 대해 ‘좌파독재’ ‘입법 쿠데타’라는 비방이 있다. 내가 아둔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난 후 “문재인 대통령이 친인척이나 주변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로서 공수처를 생각해왔는데 이들에 대한 기소권을 갖지 않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언주 바른미래 탈당…도미노 이탈하나=한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은 정당 간에도 완전 합의를 중시하는데 당 내부 이견이 있음에도 의총에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탈당했다. 이에 다른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유승민 의원도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들고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 말해 탈당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현덕·이태규·김인엽기자 class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