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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거품 꺼졌지만…'K고미술' 열기는 뜨거웠다

◆본지 백상경제硏 '미술정책연구소' 올 경매시장 결산

3개社 낙찰총액 전년比 32% 급감

최고가 상위 3점은 모두 韓 고미술

해외서 관심 꾸준…"성장 지속될 것"


최근 4~5년간 급격하게 성장한 미술 시장이 올해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조선백자 등 고미술품이 역대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K아트’의 장기적인 성장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낙찰총액 반토막…구매자에겐 ‘줍줍’시기









26일 백상경제연구원 산하 미술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3 미술경매시장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 회사 중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미술품 경매회사(서울옥션·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의 올해 연간 낙찰 총액은 1262억 원으로 지난해 1847억 원 대비 32% 감소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의 3사 메이저 경매 낙찰 총액 25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50.48% 감소한 수치다. 고미술품을 전문으로 하는 마이아트옥션을 제외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낙찰 총액은 972억 원으로 지난해 1713억 원의 56.74%에 머물렀다.



백상경제연구원 미술정책연구소 측은 “2차시장인 경매는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고가 출품작 상당수가 유찰되고, 대부분 거래가 낮은 추정가에서 이뤄지면서 낙찰 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 같은 시기에는 판매자가 주도권을 가졌던 호황기와 달리 이제 구매자가 주도권을 쥐고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연구소는 “경매시장의 조정 국면은 2024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줍줍’과도 같은 ‘구매 호기(好期)’가 미술시장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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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미술품 거래는 2022년에 이어 하강곡선을 이어갔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보다 다양해졌다. 특히 고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이 눈에 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 10점 중 5점이 고미술 작품일 뿐 아니라 1~3위도 모두 고미술품이 휩쓸었다.

고미술 전문 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은 올해 ‘백자청화오조룡문호(70억 원)’, 김홍도와 임희지가 각각 호랑이와 대나무를 그린 39억 원의 ‘죽하맹호도’ 등을 낙찰시키며 낙찰총액 290억 원을 기록, 국내 경매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서울옥션의 10월 경매에서는 ‘백자대호’가 34억 원에 낙찰되며, 전체 경매 낙찰가 중 3위에 올랐다. 일본에 있던 안중근 의사의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용과 호랑이의 용맹하고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교하겠는가)’는 19억5000만원에 낙찰, 1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국내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 뜨겁다. 지난 3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8세기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456만 달러(약 60억 원)에 낙찰됐고, 9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는 또 다른 조선후기 달항아리가 356만9000달러(약 47억4000만 원)에 팔렸다. 미국 덴버 미술관은 지난 3일부터 한국의 분청도자기를 주인공으로 한 기획전을 열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도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에서 현대미술과 조화를 이룬 한국의 고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장기적으로 고미술품을 포함해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상인 미술정책연구소 소장은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K컬처의 확산과 맞물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나 규제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 보호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위 감정과 가격 책정 등 여전히 낮은 신뢰 수준을 가진 고미술 시장의 자기정화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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