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정간섭 차원 강대국 “횡포”/미 한국차 시장 PFCP 지정

◎“한국정부 철저하게 불신·무시” 입증/“국내자동차 산업 고사 속셈” 공세적으로 대응해야/세계시장 「헤게모니 쟁탈전」 성격도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을 슈퍼 301조에 따른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한 것은 한마디로 강대국의 「횡포」다. 미국정부는 한국이 현재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의 정치적 이해와 자동차업계의 압력을 의식, 우리나라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과거 우리가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내던 시절 미국은 개별협상에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으나 무역수지가 역전된 지난해부터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표리부동한 자세를 보여왔다.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지난 94년 10억3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적자폭이 계속 확대돼 95년 62억9천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1백16억3천만달러에 달했고 올들어서도 상반기중에만 58억9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강대국의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아울러 미 행정부가 한국정부를 철저하게 불신 내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 미국산 수입농산물에서 「O―157」균이 나왔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검사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조치는 또 행정조치로 부활된 슈퍼 301조가 올해말로 종료될 예정인 점을 감안, 미행정부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도 배경에 깔려 있다. 이번 협상의 전개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능력 미숙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방침이 확정되기도 전에 림창렬통산장관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운운한 것은 오히려 저들의 심기만 건드렸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자동차 문제에 대해 강공일변도로 나오는 것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시장개방 차원을 넘어 세계자동차시장 「헤게모니」 쟁탈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력한 세계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포드, GM 등 미자동차업체들은 한국을 아시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잠재적 경쟁상대인 한국 자동차업체들을 견제해야 할 처지에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을 PFCP로 지정함으로써 한미 양국은 이제 전면적인 통상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양국은 자동차문제 외에도 최근의 수입농산물 검역문제와 컬러TV 및 반도체 D램에 대한 반덤핑문제, 주세율문제 등 많은 현안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자동차와 농산물 검역문제는 양자협상 형식으로 반덤핑문제 및 주세율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할 방침이나 그 시기는 미국의 보복조치가 현실화되는 시점일 가능성이 높아 즉각적인 대응에 들어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요구는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형식승인과 관련해 6가지 새로운 안전기준을 채택한 것 ▲지프차의 지방세 인상 ▲오는 2000년부터 10인승 미니밴을 승용차로 분류해 세금부담을 늘린 것 등을 철회 또는 연기하고, ▲승용차에 대한 관세인하 ▲누진적용되는 자동차 세제개편 ▲승용차의 저당권 인정 등을 수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보복조치를 피하려면 내정간섭적인 세금문제를 양보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양자협상은 PFCP 지정에 따른 협상만료기간인 1년반 동안 계속 진통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마냥 평행선을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어느 정도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내년에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며 이때 자동차세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세제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의 양보시기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이것을 개방압력의 성과로, 우리는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성이 있다. 협상이 밀고 당기는 것처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력이 단순한 시장개방보다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차원인 만큼 우리가 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김준수 기자> ◎한·미 자동차협상 쟁점/관세 2.5%로 인하 요구서 헤드램프 기준까지 간섭 ◇세제문제=미국은 현행 8%인 우리나라의 관세를 자국수준인 2.5%로 내릴 것을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도 상용차 관세는 25%로 높지 않느냐』며 양보하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내국세에 대해 미국은 높은 누진세율을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배기량별로 차등과세하고 그 위에 교육세등 간접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 우리 정부는 『통상문제를 고려, 세제를 바꿀 수 없으며 우리 자체적으로 필요할 경우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했다. ◇승용차에 대한 저당권=미국은 『고급승용차를 할부금융으로 구입한 뒤 팔아넘기는 사기사건이 늘고 있다』며 저당권 설정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제도 도입은 안되지만 등록증 원본을 할부금융사들이 보관, 사기를 방지토록 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다. ◇미니밴의 승용차 분류=현재 상용차로 돼 있는 미니밴(7∼10인승)이 오는 2000년부터 승용차로 분류돼 조세부담이 늘어난다. 미국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우리측은 시행시기는 2000년으로 하되 세금은 2005년부터 3단계에 걸쳐 인상한다는 양보안으로 맞섰다. ◇기타 쟁점사항=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헤드램프 기준이 자국과 달라 수출업체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며 미국 기준을 수용해줄 것을 강요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미국 헤드램프는 상향조정돼 있어 도로가 좁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고 응수했다.<한상복 기자> ◎한·미 남은 통상현안은/쇠고기 검역문제 한바탕 공방 예상/컬러TV·반도체·주세등 “첩첩산중” 한미 통상전쟁은 이번의 자동차 뿐만 아니라 농산물 검역, 컬러TV, 반도체, 주세 등에 이르기까지 각 방면에서 파도가 몰아치듯이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한·미 양국은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문제를 기화로 수입 농산물의 전반적인 검역문제를 놓고 한바탕 입씨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한국산 컬러TV 및 반도체 D램에 대한 반덤핑조치, 미국의 한국 주세제도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패널설치 요청, 한국산 반도체 S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예비판정 등에 대해서도 잇따른 협상이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산 컬러TV 및 반도체 D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 내달 8일과 9일 이틀동안 제네바에서 미국과 양자협상을 개최하고 재심절차를 끝내지 않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쟁해결기구(DSB)에 패널설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상무부가 한국산 반도체 S램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의 덤핑 마진율을 각각 1.59%, 3.38%, 55.36%라고 밝힌 것과 관련, 후속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김준수 기자> ◎각계반응/기아사태이어 “엎친데 덮친격”/업계 “해외판매까지 줄어들까” 우려/통산부 “다른현안에 영향” 대책 부심 국내업계는 미국의 압력에 대해 긴장과 함께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당장의 보복은 없지만 미측의 결정에 대한 우리정부의 WTO(세계무역기구)제소 등으로 통상마찰이 진행될 경우 이미지악화로 해외판매가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로 판매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차 공업협 유감 표명 ○…자동차업체 이익단체인 자동차공업협회는 『유감』을 공식입장으로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8%의 수입관세는 미국(2.5%)보다 높으나 캐나다(8.6%), EU(10%)보다 낮으며, 특히 미국은 세계각국의 인하압력에도 상용차는 25%의 고관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진세의 경우 우리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미국도 엄연히 사치세를 부과하는데도 이를 언급하는 것은 패권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미무역대표부(USTR) 샬린 바셰프스키대표가 『96년 한국의 외제 승용차 점유율은 1%에도 못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중형차는 12%, 대형은 23%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형·고가차 중심의 수출구조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는 또 미측의 압력은 국내업계의 증설계획에 대한 사전견제라며 이는 전세계 모든 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비판했다. ○판매부진 심화 우려 ○…궁극적으로는 서로 양보,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면서도 당장은 판매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국내 직배법인인 크라이슬러한국판매 강상도회장은 『미국의 압력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반발하면서 오히려 판매량이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GM, 재규어, 도요타 등의 차를 팔고 있는 인치케이프코리아의 이모차장은 『미국의 강경정책은 우리국민 정서를 자극해 수입차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박원배·정승량 기자> ○WTO제소 준비 만전 ○…통상산업부는 미국이 전격적으로 슈퍼 301조를 발동하자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의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놀라워하며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 통산부 직원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고 경기침체 속에 기아사태까지 겹쳐 자동차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미국측이 이해해 주길 바랐는데 결국 슈퍼 301조 발동이라는 칼을 빼들었다』며 실망감을 피력. 다른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기술적인 문제는 탄력적으로 대응해 상당수준까지 양보했는데도 미국이 관세나 자동차세 등 세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초강경으로 나오는 것은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다』고 성토.<김준수 기자> ○미 차업계 일제 환영 ○…크라이슬러, 포드, GM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을 대표하는 미자동차제조업체협회(AAMA)는 1일 한국 자동차 무역관행에 대한 미행정부의 슈퍼 301조 발동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앤드루 카드 AAMA회장은 이날 한국정부가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접근을 방해해왔다고 주장하고 미행정부의 슈퍼 301조 발동은 한국 외제차시장 개방에 합의한 지난 95년 한미자동차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정부의 협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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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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