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확인된 땅값 비싼 나라(사설)

우리나라 땅값 총액은 1천2백17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건설 교통부가 발표한 「97년도 공시지가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토 공시지가 합계가 1천2백17조7천8백83억5백만원으로 밝혀졌다.우리나라 전체토지 3천4백만필지의 76%인 2천6백39만필지(8백71억7천9백만㎡·2백64억1천만평)의 개별 공시지가를 합한 금액이다. 지가 산정이 안되어 있는 국공유지는 제외된 것이나 거래가 가능한 모든 토지가격을 합한 것이어서 사실상 우리나라 땅값 총액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공시지가 총계를 공식 발표하기는 처음이어서 관심을 끈다. 참으로 대단한 땅값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땅부자 나라인 셈이다. 이 땅값은 남한의 94배나 넓은 미국의 88년 땅값총액 2천50조원의 60%에 이른다. 말하자면 미국땅의 절반을 사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땅값이 비싸기로는 세계에서 첫 손꼽히는 일본보다 더하다. 땅값이 폭등했던 지난 87년 일본땅 전체의 값은 1천70조엔, 일본의 25배나 넓은 미국을 몽땅 사고도 3백97조엔이 남는다고 했다. 시간차가 있고 환율이 달라져 그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남한의 4배가량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땅값은 일본을 제칠 정도다. 땅 값이 비싸서 좋을 일이 별로 없다. 터무니 없는 고지가는 투기 바람의 결과다. 경쟁력약화의 주범이다. 고비용구조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의 주요 장애요인이다. 땅값 상승은 임금과 물가를 끌어올린다. 만병의 근원이다. 고지가는 거품 경제의 원인이다.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고있다. 일본이 거품의 홍역을 치렀다. 우리나라도 똑같이 고통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 땅값 상승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하나 지역별 땅값 편차가 심한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면적의 0.5%인 서울의 땅값이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서울집중 현상의 다른 표현이다. 땅값 편차가 심하다는 것은 국토 균형개발과 균형 발전이 안됐다는 뜻이다. 국토개발의 편중은 지역별로 토지공급이 넘치고 처져 땅값 상승을 더욱 촉진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땅값이 가장 비싼 나라로 정평이 나있다. 땅값 안정이 중요한 정책과제다. 고비용 구조 혁파와 경쟁력 강화의 첫째 수단이 땅값 안정인 것이다.더불어 국토개발의 균형감을 찾아 지역차를 좁혀 나가야 한다. 심리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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