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축물도 안전진단 결과 위험시설로 지정된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자칫 대형참사도 우려되고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아파트 사고가 엊그제 같은데, 행정당국이 벌써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스럽다.교량이나 지하철·터널 등은 도시기반 시설 가운데 가장 중추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시설이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른 공공 시설물도 어느정도 하자를 안고 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우선 교량을 보면 한강의 15개 교량 가운데 7곳에서 최근 3년간 교량받침 등의 손상이 발생했다. 특히 천호대교의 경우 교각과 교각기초부위의 접합부에 덧씌워 놓은 시설물 64개중 30개가 강물에 깎여 나갔다. 서울시는 구조적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염려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의 구조적 결함도 심각하다. 개통된지 2~4년밖에 안된 5·7·8호선은 올 상반기에만 균열 825건과 누수 446건 등 모두 1,271건의 결함이 발생했다. 지난해 총 발생건수 2,125건의 절반수준을 넘어섰다.
1~4호선도 상반기중 균열 2,288건, 누수 910건 등 모두 6,137건의 결함이 생겨 보수공사를 벌였다. 터널도 콘크리트와 이음부에 균열이 생겨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의 안전진단 결과 위험건물로 지정된 곳도 수년이 지나도록 철거나 개보수 등의 사후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규모의 지진이라도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감자료를 보면 서울의 도시기반시설이 총체적으로 부실덩어리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외국에 「부실 공화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공 토목시설이 부실의 주범(主犯)격이나 다름없다. 지금부터라도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 더 이상 「부실 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을 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밀레니엄 첫해인 내년에는 서울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린다.
그 2년 뒤에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서울을 비롯, 전국 주요도시에서 개최된다. 지난 88년 올림픽 이후 갖는 세계적인 대회다. 서울을 알리고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다. 그 전제는 안전한 서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