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 달력 인심 짜다/“최악불황” 기업들 제작량 3년째 축소

◎지난달 수주물량 작년비 15%나 줄어올들어 대기업의 잇단 부도사태로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면서 기업들이 경비를 절감하고 있어 달력(캘린더)시장이 성수기를 맞고도 경기가 실종된 상태다. 달력 수요는 경기상황을 짚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최근의 달력경기 실종은 국내 경기 불황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국내 달력시장은 최근 2∼3년간 한차례의 증가세도 없이 내리 감소세를 보여 왔다. 지난 95년 1천2백억원(수량기준 8천만부)이었던 달력시장은 지난해 1천80억원(수량기준 7천2백만부)으로 10% 줄어 들었으며, 올해는 또다시 13.9% 줄어든 9백30억원(수량기준 6천2백만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달력시장 침체는 단체수의계약 물량 감소에서도 금방 확인된다. 서울인쇄조합의 지난해 달력 단체수의계약 물량은 60억4천만원(건수기준 39건)이었으며, 성수기인 9월 한달간 실적은 34억1천만원(9건)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지난 9월 한달간 실적은 28억9천만원(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나 줄었다. ○…달력을 순수 기능별로 구분하면 크게 벽걸이용과 탁상용 등 2가지로 나눌수 있다. 또한 형태별로는 그림달력, 사진달력, 일러스트레이션달력, 그림없이 숫자로만 된 달력 등 4가지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기성품시장과 독판시장이라는 시장별 구분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기성품시장이란 달력제작업체가 이미 완성해 놓은 제품을 소규모 인쇄업체들이 납품받아 상호 정도를 찍어 판매하는 것으로 시장규모는 미미하다. 반면 독판시장이란 공공기관, 기업체로부터 발주를 받아 달력을 제작하는 것으로 국내 달력시장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현재 달력을 제작하는 업체는 전문 달력제조업체 3∼4개사와 달력 제작을 위한 필수장비인 옵셋기계를 갖추고 있는 업체 등을 합쳐 1백여개사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독판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달력제조업체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시장구조가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달력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시장현황을 「고품질, 저수요」라는 말로 함축,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달력 제작을 의뢰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은 질보다는 양적인 면을 강조, 같은 예산이라면 값이 싼 대신 많은 수의 달력 제작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달력은 판촉물인 만큼 돈이 좀 들더라도 실제 걸리는 달력을 만들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진, 그림등의 원고비는 깍지않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문제는 불황에 따라 제작 물량자체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 고객들을 상대로 수신고 경쟁을 벌이는 탓에 물량 발주가 많았던 종금사등 금융권도 최근 경기불황을 감안, 제작 물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 조흥은행은 지난해보다 30만부 가량 줄어든 40만부를 제작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일은행은 지난해와 같은 30만부를 제작하지만 크기를 줄이고 색상도 단순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가 늘어났음에도 달력 제작 물량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으며, 삼성그룹 역시 올해는 지난해보다 37.5%가 줄어든 2백50만부만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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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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