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대그룹에 무자비하게 과징금을 잇따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추가로 진행될 공정위 조사를 사전에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위 내부정보와 동향파악이 최대현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對) 공정위 로비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공정위는 최근 현대와 기아가 독점품목인 1톤트럭과 카니발, 카렌스 등 미니밴의 가격을 인상하자 독과점 남용이라며 현대에 6억2,230만원, 기아에 4억7,9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와 기아는 합병후 국내차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데다 독점품목이 많아 계속해 공정위와 맞부닥칠 상황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엄청난 과징금 앞에 기업들은 공정위 모시기와 합법적 대항이라는 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정부부처 로비조직인 대외협력팀을 대외협력실로 확대개편하고 공정위 전담직원을 과거 차장급 1명에서 과장급 2명을 보강, 총 3명으로 늘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캐리어 등 국내 에어컨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8개업체들은 불공정행위를 일삼아오다 사상최대인 약 26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즉각 공정위 전담조직을 결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그룹도 공정위가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 현대 242억, 삼성 349억원 등 과징금액을 세자리 숫자까지 올리자 동시에 법원에 의의신청 소송을 냈다.
특히 삼성은 지난 8일 공정위 국감에서 의원들까지 가세해 이건희(李健熙)회장의 3세 상속문제를 들먹이는 바람에 공정위의 동향파악에 민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모두 개별행동은 자제하는 반면 집단행동으로 반발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최근 공정위 산하기관인 공정거래협회에 가입의사 타진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공정위에 대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과 사업자단체를 회원사로 두고 공정위 정보와 법령개정 내용 등을 소개해주고 있는 공정거래협회 회원사는 200여개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0%가 증가한 것이다. 협회 송남수(宋南洙)부장은 『공정위 활동이 강화되면서 가입문의가 요즘들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업들은 과징금도 문제지만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행위업체로 거론할 경우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점도 중시, 공정위에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량 기자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