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I산업을 우습게 보지마라”(시스템통합산업)

◎‘국가경쟁력 좌우하는 정보화 초석’/겉다르고 속다른 정부,구호만 요란/공공기관 올예산 잇따라 철회·축소/투자아닌 비용으로 여겨/불황때마다 삭감 1순위/선진국선 경영전략 핵심 인식「정보화 시대다. 정보기술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같은 명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국내 정보기술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 산업에 대한 인식은 정부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저급하기 이를데 없다. 정보기술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인식부터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편집자주> 어떤 사람은 「SI 산업」을 「씨 산업」으로 읽는다고 한다. SI는 「System Integration」의 약자로, 「에스아이」라 읽는다. 이런 오해가 일어난 것은 의류 브랜드 「Si」 때문이란다. 이 발음이 「씨」란다. SI산업이 한 의류 브랜드보다 덜 알려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SI산업」 혹은 「SI업계」라는 표현에 심한 과민증세를 보였다. 『SI가 어떻게 산업 또는 업계로 불릴 수 있냐』는 것이다. SI를 산업으로 보는 게 과장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그의 의문은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뒤에야 풀렸다. 국내 30대 그룹 대부분이 SI 계열사를 두고 있고, 전체 업체수가 1백40여개에 달하며 수위업체의 매출액이 거의 1조원에 달한다는 등의 수치가 그의 의문을 풀어줬다. SI산업에 대한 이같은 몰이해는 그나마 개인적인 무지와 무관심의 소치로 묻어둘 수도 있다.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화를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정부마저 이와 별다를 게 없는 인식상태를 보이고 있다면 사정은 다르다. 「정보기술=국가경쟁력」이라는 21세기 명제 풀이가 요원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틈만나면 S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그다지 신이 나지 않는다. 발표 내용은 늘 그럴 듯하지만 정작 정책의 실효성과 추진의지에는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아서다. 한 업체의 K사장은 최근 『SI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겉다르고 속다르다』며 비난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국가안전관리시스템 등 정부 및 산하기관의 주요 SI프로젝트 예산이 잇따라 철회되거나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구호 지원은 많으나 현실적인 지원은 인색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SW)의 가치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는 정도가 심하다. 『그거 뭐 돈드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해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업계 영업사원들이 가끔 듣고 전해주는 정부 관료들의 말이다. SW대한 그들의 인식인 셈이다. 이들의 말에서 고질적인 저가입찰 부추김과 불법복제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SI에 대한 몰이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경우 정보시스템은 과거와 달리 단순한 업무지원이 아니라 경영전략 차원에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주는 SI업체는 단순 협력업체가 아니라 사업의 동반자로 여겨진다. 미국의 GM사과 EDS사 등 그런 사례는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경기가 침체됐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다. 이에 대한 투자를 「투자」로 보는 게 아니라 「비용」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회사 재경담당 임원인 K씨는 『사실 올해같은 상황에서 정보기술에 돈을 들이는 것은 힘겹다』고 시인한다. 『동반자라기 보다는 일꾼 취급을 당할 때가 많다.』 한 SI업체의 금융영업팀장인 K씨(35)가 SI에 대한 기업의 낮은 인식에 아쉬움을 표하며 건넨 말이다. K씨는 『그럴 때면 의욕보다는 서러운 생각이 앞선다』고 전한다. 다행히 정부·기업 등이 이런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CIO(정보담당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직제의 도입 노력이 대표적이다. 1∼2년전부터 삼성·LG·대우 등 대기업이 그룹차원에서 잇따라 이를 도입하고 있고, 정부도 각 부처에서 이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그간 산발적이고 분산적으로 취급돼온 정보화 전략에 힘을 실어 통합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보려는 노력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은 문제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다. 국가의 명운이 정보기술에 달렸음을 실천적이고 피부적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체의 홍보직원은 어느 술자리에서 국내 SI 현실을 개탄, 불쑥 『SI를 우습게 보지마라』며 흥분했다. 그러나 그의 흥분은 객기가 아니다. 길어야 10년 뒤면 증명될 화두다. 그의 말처럼 이제는 정말 SI를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할 때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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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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