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방지협약의 응달(사설)

「부도방지 협약」이 오히려 회생할수도 있는 기업의 부도를 불렀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제빵업체인 삼립식품의 부도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물론 삼립식품 부도의 1차적인 원인은 경영내부에 있을 것이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채 무리한 사업확장과 감당할 수 없는 과다투자가 스스로 목을 조인 것이다. 자금을 금융권에만 의존해온 경영행태도 화근이었다. 여기서 무리한 투자, 과다한 간접금융의존, 구태의연한 경영으로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그러나 삼립식품의 부도가 그 때문만이 아니어서 더욱 가슴 아프다. 부도방지협약을 둘러싼 은행권과 제2금융권간의 갈등 및 형평성에 어긋난 구제금융지원 기준에서 2차적인 부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삼립식품은 우리나라 제빵산업의 역사나 다름없고 가난한 시대를 살아온 40∼50대에게는 향수가 어려있다.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었지만 금융권이 지원만 했다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살릴만한 기업이고 살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끝내 외면했다. 부도방지협약이 삼립식품에 대해서는 약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맺은 부도방지협약은 은행대출규모가 2천5백억원 이상인 기업들에 대해서만 부도유예대상으로 해서 구제금융을 지원한다고 했다. 삼립식품의 대출액이 1천8백10억원이어서 지원대상에서 제외, 논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하여 제2금융권이 은행권의 부실징후기업 지원 법안에 반발, 대출자금 회수를 강행함으로써 자금난이 가중되었다. 삼립식품은 부도방지 협약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부도방지협약의 모순이 아닐수 없다. 대출규모가 큰 기업은 살리고 대출이 적으면 오히려 죽이는 제도는 아무래도 제도의 형평성에도 어긋난 것이다. 이로인해서 기업의 은행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사업은 남의 돈, 또는 은행 돈을 빌려서 하는 것이지 제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근대적 경영의식을 심고 그런 경영인을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되레 지원하는 잘못된 풍조를 되살리기 쉽다. 특히 특정기업을 살리기 위해 급조된 협약때문에 건실한 기업, 회생가능한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에 의해 부도를 내는 부도도미노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권의 산업지원 책임을 저버린 부도방지협약은 현실을 살펴 건실한 기업이 고루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로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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