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영화] 칸영화제서 되풀이된 영화수입 '과열 경쟁'

해마다 국제영화제 필름시장에서 과열경쟁으로 비난을 산 바 있는 국내 영화수입업체들의 고질적 관행이 올해도 칸국제영화제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대부분의 수입업체들은 대기업 영화자본의 철수와 국내시장의 위축으로 예년보다는 작품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지만 신규 참여한 금융기업과 자금력이 있는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예전의 관행이 재현되고 있다. 한 수입업자에 따르면 국내의 모 영화사가 수입계약을 체결한 2차대전 당시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 「U-571」의 판권가가 무려 75만달러. 이는 지난 2월 미국영화시장(AFM)에서 30만 달러에 불과했었다는 것이 수입업자의 설명이다. 또 한 여성이 251명의 남성과 연쇄 성관계를 갖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의 경우, 10여군데의 수입업체들이 달라붙어 1, 2만달러에 불과했던 판권가를 10만달러로 올려놨다. 칸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오른 프랑스 레오 카락스의 「폴라 X」는 국내 업체가 30만달러 정도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프랑스내에서도 흥행 가능성이 불투명해 과도한 수입가를 지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국의 유명감독·배우가 출연한 영화나 화제작에 대해 신중한 검토보다는 『일단 사놓고 보자』는 선점심리가 작용해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영화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또 자금력 있는 기업들의 경쟁에 밀린 일부 중·소 영화업체들은 구매할만한 완성된 영화가 적은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현재 제작중이거나 기획중인 작품들을 배짱구매하는 현상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 영화사 간부는 이에 대해 『시나리오도 안 읽어보고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꼼꼼한 분석 없는 무분별한 투자는 마치 도박과 같은 행위』라고 질타했다. 수입사들은 어느 정도 흥행성 있는 상업성 액션물이나 스릴러물에 주로 몰리고, 이에따라 국내 상영작들도 특정 장르에 편중되는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다른 영화제와 비교해 칸영화제가 차별성을 부르짖고 있는 예술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에 대한 구매도 올해는 「폴라 X」 외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원과 하루」 같은 작품들이 국내 예술영화시장의 위축으로 배급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아직까지 수입업체의 창고에서 썩고있는 사실이 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처럼 매년 되풀이되는 고질적 관행에 대해 영화수입업자들은 『아직 우리나라의 수입업체들이 영세규모로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경우처럼 산업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겪고나면 바람직한 상도의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이용웅 기자 Y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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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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