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2월 13일] 복지 포퓰리즘은 망국적 매표 행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무상급식 조례안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시정협의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소득 하위 11%에 해당하는 14만3000명의 초ㆍ중ㆍ고교생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이에 필요한 예산 725억원은 서울시 교육예산 1445억원의 50%이다. 전면 무상급식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야 할 교육복지 예산을 부자에게까지 주는 상생과 나눔에도 어긋나는 조치이다. 스스로의 경제적인 능력으로 급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계층에까지 굳이 밥을 공짜로 먹이겠다는 것은 선거를 겨냥한 매표행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측의 명분은 학생의 권리나 건강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다.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학부모들은 당장 연간 수십만원대의 급식비가 절약되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이는 다른 예산을 전용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고 재정낭비를 초래한다. 일부 좌파단체와 야당 정치인, 그리고 심지어 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조차 무상학교급식을 지지하는 것은 그만큼 대중영합의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에 근거하는 한 이를 원상으로 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무상급식을 통해 이상국가를 추구한 나라는 이미 몰락한 공산주의 국가나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채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책의 포퓰리즘화는 계속되고 있다. 포퓰리즘은 권력 유지를 위해 퍼주기 정책을 쓰는 만큼 재정팽창적이고 재분배적인 정책 성격을 띤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5월 촛불집회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자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친서민정책으로 돌아섰다. 서민ㆍ부동산ㆍ교육ㆍ농민ㆍ고용 전분야에서 친서민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 정책이 나타난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위해 미분양 해소방안,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친서민 정책을 연이어 펼치고 있다. 서민정책에 있어서도 김대중ㆍ이명박 정부 모두 다퉈서 서민대상 소액대출제도를 도입했다. 부동산 정책은 저소득층에 임대주택ㆍ공공주택ㆍ보금자리주택 등의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교육분야 정책은 영유아 무상보육과 대학등록금 부담률 인하 정책 등이며 농업정책의 경우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각종 직불금 제도와 부채탕감 정책이 주를 이뤘다. 또한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최근 정부는 사회적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면서 기업에 기부를 강조한다. 마치 기업의 목적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상생과 나눔을 베푸는 것 같다. 포퓰리즘 정책은 국민을 위한다고 내세우지만 결국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다. 따라서 포퓰리즘 정책은 막대한 예산낭비를 수반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또한 민간경제를 억압해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아르헨티나ㆍ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재정을 탕진하고 결국 정치ㆍ경제ㆍ사회가 항상 불안정하다. 최근 그리스ㆍ아일랜드 등 남유럽 국가들도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가 누적돼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혈세를 자신의 당선을 위해 쓴다면 그것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며 파렴치한 짓이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 국민을 매수하는 포퓰리즘은 망국적인 매표행위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를 금품으로 매수할 경우 처벌된다. 복지 포퓰리즘도 명백한 매표행위인 만큼 제재를 받아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에 의존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에 해롭다. 빠듯한 예산으로 인기영합주의의 유혹에 빠져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 결국 나라의 장래마저도 위태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