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증시 장기투자땐 망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정말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90년 이후 13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85% 상승하는 동안 주가는 오히려 30% 이상 빠졌으니 주식에 투자하고 묻어뒀다면 오히려 손실을 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는 삼성전자부터 하이닉스반도체에 이르는 다양한 종목을 평균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주식시장의 평균 주가는 박스권을 왕복했을지 모르나 우량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했어도 이러한 일이 생겼을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다우존스 산업 평균 30종목지수와 S&P500지수, 그리고 나스닥지수라는 세가지 대표적인 지수가 있다. 이 가운데 다우지수는 100년여가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집계됐다는 역사성과 주식시장의 상황을 나타내는 현실성으로 인해 가장 신뢰도 높은 지수로 군림해왔다. 무려 1만개가 넘는 미국 주식시장의 상장종목 가운데 불과 30종목만 골라서 작성된 지수가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한다는 것은 쉽게 믿어지지 않겠지만 100년이 지나도록 다우지수의 권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에 있는 만큼 만일 한국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90년 당시의 대표적인 제조업체 30종목을 선정해 지수를 구성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현재의 우량주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우중공업과 같은 당시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선정해 지난 13년 동안의 주가 흐름을 추적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종합주가지수는 당시에 비해 30% 이상 폭락했지만 한국 다우지수는 3배 이상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감안해 30종목 주가의 `단순평균` 방식으로 주가지수를 작성했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시사점을 제공하는 듯싶다. 첫번째, 한국 주식시장은 극심한 양극화, 다시 말해 우량주들은 지속적으로 오른 반면 부실 기업들은 시장의 발목을 번번히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두번째, 우량 제조업체로 구성된 주가가 3배 이상 올랐던 만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개방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정면 승부한 우량 제조업체들은 지속적인 주가상승으로 보답받았던 반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호를 받던 서비스업종의 주가는 주식시장의 발목을 번번히 잡았던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한국에서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울 경우 얼마든지 박스권의 장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제자리 걸음 주식시장이라고 탓하기에 앞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분산 투자한다면 능히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를 우량주 주식투자의 원년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윤태순 한화투자신탁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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