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의사소통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로서 나 자신이 곡을 쓰는 행위도 진실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에 곡을 쓸 때마다 나의 진심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7월23일~8월13일)의 개막곡 '축복 받은 자의 눈물'을 작곡한 리처드 대니얼푸어(54)는 음악의 존재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다.
대니얼푸어는 뉴욕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압솔뤼 보드카, 산타페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음악단체로부터 위촉 받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곡가다. 그가 강효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의 위촉을 받아 작곡한 '축복 받은 자의 눈물'은 모차르트의 레퀴엠 '눈물의 날' 중에서도 모차르트가 생애 마지막으로 썼다고 알려진 8마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대니얼푸어가 작곡한 이 곡에는 특별한 일화가 숨어 있다. 지난 2002년 10월 베를린에서 첫 오페라를 쓰고 있던 그는 친구인 토머스 햄프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다. 공연을 보고 난 뒤 베토벤의 무덤을 찾아나선 그는 길을 잃고 헤매다 넘어졌는데 일어나 보니 눈앞에 모차르트의 묘비가 있었다. 베를린으로 돌아가다가 시속 200마일이 넘는 폭풍우로 비행기가 흔들려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를 맛보면서 모차르트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작곡한 레퀴엠의 한 구절이 귓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절박하면서도 진실된 마음으로 작곡했을 모차르트의 마음이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에게 그대로 전달됐고 '축복 받은 자의 눈물'을 창작하는 데 강한 모티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강 감독이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지난해 12월 미국 링컨센터 연주회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대관령국제음악제 공식 위촉곡으로 이번에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였다. 바이올린을 타고 흘러내리는 비장한 선율과 첼로의 육중한 무게감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연주가 울려퍼지는 동안 관객들은 아티스트들의 손놀림, 몸놀림에 눈을 떼지 못했다.
대니얼푸어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말을 인용한다고 한다. "언젠가 음악대학 교수들이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테크닉이나 음악적 지식이 아니라 '싱 앤 댄스(Sing & Dance)'라고 답했습니다. 진정한 음악은 노래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리듬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은 작곡가로서 나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는 한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조화(하모니)'가 음악의 기본정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