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문화의 대중화/김창실 선화랑 대표(로터리)

장을 벌였다하면 호황을 누리던 백화점 세일도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다. 한때 세일기간중 백화점 앞을 지나노라면, 물건을 구입하러 몰려드는 소비자들로 교통대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멀리 길을 돌아갔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 경제가 얼마나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 실감나게 하는 본보기이다.물론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술문화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화랑계와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30년만의 불황이라는 말까지 나올만큼 우리미술시장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요즘에는 아무리 좋은 기획전과 좋은 전시회가 열린다해도 「그림의 떡」인양 도무지 관람객이 많지가 않다. 초대전이나 기획전 자체를 뒤로 미루는 화랑들도 적지않다는 소식이 들릴때마다 우리의 미술문화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태산같다. 그런 뜻에서 볼때 수 년전부터 일기 시작한 문화상품 개발붐은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일반인들의 문화상품에 대한 인식도 날로 높아가고 있어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적인 문양을 넥타이나 스카프에 새겨넣은 국립중앙박물관 제품이나 특별히 우리나라 민속품의 문양을 이용한 찻잔받침 등의 아이디어 상품은 그 인기가 여간 높지않다. 한국문화를 표현한 민속상품들이 여중고생들은 물론 어른들의 선물용으로 많이 팔려나가고 있음을 볼때 우리 국민들의 문화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옛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도자기 인형들은 외국 관광객들의 단골 메뉴상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번 인사동 문화장터에서 외래상품을 선호했음직한 주부들이 개성있게 만든 우리문화상품에 매료되어 사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한국인의 문화사랑정신의 뿌리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정부에서는 미술품 대중화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우리 문화상품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또한 많은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늦은감은 있으나 외래문화가 쏟아져 들어오는 현시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문화정책이다. 비단 문화관련 상품뿐만 아니라 일반회화 작품을 구입하는 열성 수집가들의 안목도 상당하며, 일반인들의 회화에 대한 관심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임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화랑에서는 지금 개관 2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200인 작가 1호전」을 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동반해 찾아오거나, 시장가던 주부들마저 화랑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의 미술문화는 대중과 함께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많은 미술인들의 작품 하나 하나가 1호라는 작은 화면 속에서도 작가의 에술정신이 충만하게 드러나고 있기에 하루에도 수백명씩 찾아온다고 볼 수 있다. 큰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나름대로의 작품세계가 꽉 들어찬 작은 그림을 바라보며 탄성하는 관람객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앞날은 그래도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대가의 작품들이 결코 「그림의 떡」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미술문화 발전의 시급한 당면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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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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