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의 매각 계획이 대주주인 선세이지와 인수 의사를 표명한 현대차간의 인수가격 입장차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JP모건 등이 합작 설립한 투자사 선세이지는 최근 현대차와만도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인수가격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선세이지는 지난해 7월 만도 인수 입찰제안서를 낸 국내외 업체들 가운데 독일의 지멘스와 컨티넨탈, 미국 TRW 등 3개 업체를 선정, 지분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11월 협상 중단을 선언했으며, 이후 만도 인수 의사를 표명한 현대차와 협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선세이지측은 만도의 매각가격을 최고 15억-20억달러로 희망하고 있는데 반해 현대차측은 이 같은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세이지측이 만도 인수후 투입한 6천억원 가운데 3천억원 정도를 배당 등으로 찾아간 상태"라며 "나머지 투입자금 3천억원에 이자 등을 붙이더라도 선세이지측의 매각 희망가격은 너무 많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만도에 대한 실사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며 "실사작업이 끝나봐야 하겠지만 현대차의 적정 인수가격과 선세이지측의 희망 가격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도 최근 만도 인수와 관련해 "JP모건측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말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현재 만도 매출액의 70% 이상을 납품받고 있는 만큼 협상에 유리한 위치인 데다 최근 비상경영 상황에서 만도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선세이지측도 "만도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싼 값에 매각할 의향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만도 실사작업을 마무리하고 선세이지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더라도 가격차를 좁히고 협상을 타결짓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또 1999년 만도 지분 매각 당시 향후 만도의 우선협상자와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 한라건설이만도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만도가 현대차나 한라건설에 인수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