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선홍 회장과 포드/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대권레이스를 벌이는 정치인들이지만 경제 분야에선 단연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꼽힐 것이다.김회장은 정부와 채권은행단으로부터 기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고 임직원들로부터는 기아호를 사수하라며 퇴진불가 요구에 직면해 있다. 기아살리기가 김회장살리기로 변질돼 그의 거취가 마치 기아의 운명과 같은 것처럼 돼 버린 형국이다. 모터쇼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가 있는 김회장은 지난 9일 사퇴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지갑속에 성경의 로마서 말씀을 넣고 다닌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이다. 이 사망의 골짜기에서 누가 나를 구할 것인가.」 사면초가에 빠져 있지만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고 있다.』 김회장은 「영생」의 빛을 저멀리 신대륙에서 찾았다. 그는 미국 자동차회사인 포드사가 이번 주말 기아지원을 위한 경영실사단을 파견키로 했으며 GM도 우리 정부에 기아자동차와의 협력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자금줄이 막힌 기아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음직하다. 그러나 김회장은 대단히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김회장이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무렵 미국 현지에서는 미 행정부가 한미자동차협상을 앞두고 협상전략 수립에 한창이었다. 이들의 뒤에는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자동차회사들이 버티고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10일과 11일 두차례 협상에서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을 위해 자동차세제 개편, 소비자인식 개선 등 내정간섭에 가까운 요구도 서슴지 않았다. 겉으로는 국내 자동차업체를 지원하고 속으로는 시장개방의 압력을 강화하는 미자동차회사들은 과연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을까. 시나리오에 민감하고 사방에 온통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는 김회장이 포드사에 대해선 어떤 이유로 쉬 마음을 주는지 궁금하다. 포드는 「포드­2000」이라는 세계화 전략을 통해 한국을 전진기지로 일본 인도까지 공략하는 새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가 기아에 지원하려는 달콤한 과일은 에덴동산의 「선악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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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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