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냉연사의 '살길 찾기'

지난 2004년 말. 국내 철강사들은 당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면서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열연강판을 가공하는 냉연사들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해 한껏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들은 과거 외환위기 와중에 과감한 투자 결정과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에 주력한 결과가 눈부신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불과 1년 뒤인 2005년 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자취를 감추고 적자나 간신히 탈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팽배했다. 실제 상당수의 냉연사들은 수요 부진과 원자재 상승 등이 겹쳐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이지만 지난 1년간 쏟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사상 최고의 실적 행진에서 순식간에 적자의 늪으로 빠져버린 탓일까. 냉연사들이 최근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나섰다. 일단 원재료 가격부터 인하하겠다고 나섰다. 냉연철강제품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원재료인 열연코일 가격이 높아 수익을 낼 없는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일본 철강사와의 1ㆍ4분기 열연강판 가격 협상은 아직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냉연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일본과의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중국 등 제3국으로부터의 열연강판 수입에도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판매 역시 내수 위주에서 수출 위주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철강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제품을 수출해 마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결국 원재료를 제3국에서 싸게 구입해 가공한 후 가격이 높은 미국 등의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철강시장은 국내 냉연사들에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변신에 실패할 경우 중국만을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 철강 업계의 눈길이 지금 냉연사들의 변신에 쏠려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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