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작비 80억대 한국영화 쏟아진다

남극일기·공공의적2·웰컴투 동막골 등 대기<br>'고비용 구조'로 투자수익률 악화 지속 우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제작비 80억원대 한국 영화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는 영화사들의 제작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른 투자수익률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화 제작·투자사 아이엠픽쳐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우리 영화시장은 개봉편수가 70~75편으로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지만, 총 제작비가 80억원이 넘어가는 대작이 크게 늘어나 평균 제작비의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개봉된 한국 영화 71편의 평균 제작비 42억원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것이지만 80억원을 넘긴 영화는 실미도(82억원), 태극기 휘날리며(147억원), 역도산(110억원)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조금 관심을 끈다 싶으면 거의 대부분 제작비 80억원을 넘기고 있다. 지난 가을 제작을 마친 '남극일기(송강호 주연)'는 순제작비 60억원과 마케팅비를 합쳐 총 82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오는 2월 설을 전후로 개봉 예정인 ‘공공의적 2’ 역시 제작비 120억원을 들였다. (주)필름있수다가 올 봄 개봉 예정으로 현재 강원도 평창군에서 촬영중인 ‘웰컴투 동막골’도 세트장 설치비 10억원 등 모두 8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촬영을 시작한 초대형 해양 블록버스터 ‘태풍(장동건 주연)’ 역시 130억원의 제작비를 들일 계획이다. 이 밖에 '천군', '형사', '조선의 주먹', '청연' 등도 80억원 이상 투입될 대작들이며 '혈의 누', '외출', '야수는 죽어야 한다' 등도 최소 6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중대작들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의 대형화 바람은 주연급 배우들의 개런티 상승도 있지만 부쩍 늘어난 해외 로케와 관광수익을 기대한 지자체들과 합작한 대규모 야외 세트장 건립, 또 인적ㆍ물적 자원의 투입 증가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한국 영화의 1,000만 관객시대를 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고무된 일부 영화사들이 흥행=관객 수라는 인식아래 관객 동원에 지나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고비용화를 부추키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돈을 많이 들였다는 홍보가 관객 동원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개봉될 영화들중 일부는 ‘2005년은 관객 동원 2,000만명 시대’라는 목표를 내걸고 대대적인 관객 몰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작 영화는 작품성있는 소형 영화의 등장을 막는다는 부작용외에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영화 투자수익률의 악화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작년 15%에서 지난해 8%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한국 영화의 수익률이 올해에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개봉작 가운데 흑자를 낸 영화는 전체의 37%인 25편에 불과했고, 3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소위 ‘대박’ 영화도 5편으로 전년(12편)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영화 수출이 전년대비 78% 성장해 국내에서 생긴 손실을 일부 보전 해주었지만 올해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무분별한 자본 투자는 영화산업의 거품을 조장하고 투자수익률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영화산업 발전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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