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한국주택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의 가장 큰 화두는 ‘강남 재건축’이었다. 여느 토론회나 논쟁에서처럼 이날도 ‘공급확대론’과 ‘수요억제론’이 팽팽히 맞섰다.
공급확대론은 집값 불안이 강남의 수급 불일치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수요억제론은 재건축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수요를 억눌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논쟁을 지켜보며 선뜻 답하기 힘든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과연 재건축을 규제하지 않으면 집값 불안을 잠재울 수 없느냐는 물음이다. 지금까지 ‘강남 재건축이 요동치면 수도권 집값이 불안해진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창무 한양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집값 상승세를 주도해온 것은 재건축이 아닌 강남의 신규 중대형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파급 효과도 수도권 전반이 아니라 서울 강남권과 경기 동남부에만 국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 되면 집값 안정을 위해 강남 재건축을 잡아야 한다는 그간의 논리가 상당 부분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측 반박이 기대되는 대목이었는데 답변은 이랬다.
“연구 결과가 국민과 언론 모두 재건축이 집값 불안을 야기한다고 믿고 있는 현실과 맞지 않다.”
정부가 국민 인식과 언론보도만 믿고 정책을 세운 것은 아닐 터인데 지역ㆍ유형별 실거래가를 분석해 내놓은 실증적 연구에 대한 반박치고는 다소 옹색해 보였다.
두번째 물음은 강남 재건축이 충분한 공급 확대 효과를 낳을 수 있느냐다. 현재의 용적률 제한을 보면 ‘별 효과가 없다’가 정답이다.
그러나 생각의 틀을 확 바꿔보면 효과는 위력적일 수도 있다. 강남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 한 예다. 청와대는 ‘고밀도 개발은 강남을 망가뜨릴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것은 도시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정부와 시장이 내놓는 해답의 골이 깊어질수록 강남 집값 잡기는 더 요원해진다. 당장의 민심을 의식해 대증요법식 처방에 유혹되기보다는 해답의 간극을 좁히려는 진지한 노력이 더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