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전받는 시장경제

09/13(일) 15:57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시장경제체제가 거센 도전을 받고있다. 자유화·개방화하면 더 잘될 것같았던 경제가 벼랑끝에 내몰리자 시장경제에 고개를 가로 젓는 국가들이 나타나고있는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주요 경제정책에서 시장경제원리를 아예 포기하고 있다. 서방 투기자본과의 전쟁을 선언한 말레이시아는 최근 외환통제를 단행했고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을 선언한 러시아는 내년부터 독재경제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회귀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 국가들은 세계화된 시장에서 시장경제원리란 강대국의 논리이며 일부 시장의 자율포기는 자위수단이라고 당당히 주장하고있다. 이는 냉전종식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시장경제의 위상에 중대한 흠집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위기국가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내에서도 시장경제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은 말레이시아, 홍콩등의 강력한 정부개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미국식 시장경제원리를 지나치게 강조해온 것은 실수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시장경제원리는 1929년 세계대공황때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당시 케인스이론이 등장, 정부가 개입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면 시장기능이 정상화된다고 했다. 실제로 들어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70년전의 대공황은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만 응급처방을 해 살리면 됐지만 지금은 주로 경제구조가 취약한 개도국들이 문제여서 처방이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시장경제원리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개도국의 각종 여건이 시장경제가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시장경제는 공정한 심판(정부), 기업윤리, 성숙된 시민의식이 합쳐져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국가부도가 난 러시아의 경우 이런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위기에 빠진 아시아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했지만 정경유착, 관치금융, 부정부패 등의 적페로 국제통화기금으로 가고 말았다. 이는 따지고 보면 외면당한「시장의 대반란」으로 봐야할 것이다. 지난해 외환위기이후 아시아국가들에게는 미국식 시장경제원리가 교과서가 되다시피했다. 정부의 실패와 시장의 반발에 대한 뼈저린 반성에서 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새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목표로 내걸었다. 공정한 경쟁을 막는 모든 걸림돌은 제거,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대로 시장경제가 작동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새정부의 집권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목표하에 추진중인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있다. 그러나 미국식 시장경제기준이 우리 현실에 잘 맞지않는 점도 적지않다. 정부가 시장자율에 맡기기 보다는 직접 개입한 은행퇴출, 대기업구조조정 등이 특히 그렇다. 미국식이 잘 맞지않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열대지방의 오렌지가 제주도에 오면 귤이 되듯이 우리의 여건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다 망친 만큼 시장기능을 회복시키기까지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할 것이다.선진국은 성급하게 완전한 시장논리를 강요하기에 앞서 우리 사정을 감안한 이행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국가들이 미국식 시장경제에 반기를 든 것도 시장경제를 정상화하기위한 긴급처방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단기적인 외환통제로 외환위기를 극복한후 해제하면 된다고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조언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속히 시장경제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원칙 준수에 대한 이른바 DJ노믹스가 일관성있게 실천돼야한다. 그래야만 제2의 환란도 막을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