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파업 소탐대실의 덫] "회사 어려울때 꼭 파업까지…"

현대차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높아 "임금동결까진 아니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요즘처럼 회사가 어려울 때 꼭 파업까지 해야 되나” 14일 서울 양재동에서 만난 현대차 본사직원 A차장. 그는 노조측이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 대비 4.4% 인상 등의 협상안을 거부한 채 파업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처럼 임금동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성의는 보일 줄 알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월급쟁이가 급여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는 점에서 나도 임금이 동결됐을 때 섭섭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밖에서 더 잘 알고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파업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현대차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본사 마케팅 부서의 과장급 직원 B씨는 “관리직 임금이 이미 동결된 사실을 모르는 주위 친구나 인척들이 노조의 파업소식을 듣곤 ‘올해는 월급이 얼마나 오르냐. 나중에 술 한자 사라’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다른 별도 요구안은 차치하고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사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기본급 인상액은 6만5,000원(노조 요구 12만5,524원-사측 제시 6만500원) 정도”이라며 “이 차이가 파업까지 해야 할 정도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월, 원화 강세와 고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 대내외 악재로 경영이 악화되자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당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지금은 비상상황이며 이 위기를 뚫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느냐 몰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노조측의 협조를 당부했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노조 파업을 바라보는 관리직 사원들 대부분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는 노조파업에 무감각해 있던 관리직 사원들이 올들어 임금동결에 동참한 뒤론 남다른 위기의식을 갖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리직 사원들 외에 당장 차 한대라도 더 팔아야 급여가 늘어나는 판매직 사원들의 심정은 훨씬 더 다급할 수 밖에 없다. 현대차 종로영업소의 한 판매사원은 “신형 아반떼 등 이미 신차를 계약한 고객들로부터 언제나 차를 인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심지어 파업 기간 중에 만든 자동차를 어떻게 믿고 운전할 수 있느냐는 항의를 받고 고개를 들지 못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한 번 떠난 고객을 다시 붙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직접 차를 팔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우리가 내수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올들어 길 거리에서 부쩍 많이 보이고 있는 수입차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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