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저전리에서 황우석, 그리고

박홍수 <농림부 장관>

며칠 전 경북 안동 저전리에서 기원전 6~7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저수지 터가 발굴됐다. 이 인공저수지는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해 쌓은 것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저수지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청동기시대 저수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반도에서 집약적 정착농경을 시작한 때는 청동기시대인데 이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저전리에서 발견된 저수지나 수로와 같은 유적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집약적 농경의 역사가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왔음을 알 수 있다. 채집이나 사냥을 했던 구석기시대, 채집해서 먹던 열매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다시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알게 된 신석기시대, 집약적 정착농업이 시작된 청동기시대, 그리고 돌로 된 농기구에서 철제농기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비약적인 농업생산이 증가된 철기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농업과 늘 함께해왔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날 우리 농업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선사시대 땅을 파서 일구는 기능을 했던 돌보습이 트랙터로, 수확하는 데 쓰이던 돌낫이나 반달돌칼이 콤바인으로 바뀌는 등 수천년 동안 우리 농업의 모습은 우리 스스로의 모습만큼이나 크게 달라져 있다. 필자는 저전리 유적발굴 기사가 실린 신문의 한켠에서 한국 농업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안동 저전리에서 벼농사를 짓던 때로부터 2600여년이 지난 한국의 어느 농과대학 연구소에서 밤새 연구에 골몰하고 있는 황우석 교수로부터이다.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복제소라든지 인간의 장기생산을 위한 무균복제돼지 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그의 연구는 농업이라는 것이 먹는 문제에서 벗어나 생명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확인시켜 줬다는 점 또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그의 연구는 대한민국 농업사는 물론 인류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가 황 교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최근 발표된 그의 놀라운 연구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주위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었던 농과대학, 수의학과에 진학해서 소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의 인생이 더 빛이 나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도 주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구실에서 혹은 농장에서 연구하고 있을 제2, 제3의 황우석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노력이 머지않아 저전리에서 저수지를 쌓아 한국 농업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 청동기인, 철제농기구를 통해 농업혁명을 일으켰던 철기시대 우리 선조의 족적만큼이나 한국 농업을 세계에 알리게 할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