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두산비리' 항소심도 재벌에 관대했다

불구속기소ㆍ1심 집유 감안하면 '예고된 선처'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한 두산그룹 총수 형제가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아 법 앞에 유난히 강한 듯한 재벌의 모습이 재연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대주주 이자 대납, 분식회계 등 검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검찰과 피고인측 항소를 모두 기각해 비리에 연루된 두산그룹 총수 일가는 모두 `자유의 몸'을 유지하게 됐다. 10년에 걸쳐 비자금을 만들어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해 대주주 생활비와 대출금이자, 세금 대납 등 개인 용도로 썼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2천838억원대 분식회계에관여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됐음에도 구치소 근처에도 가지 않는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이는 일반 횡령 범죄자들이 대부분 무겁게 처벌받는 최근 추세에 비춰 형평성 논란을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는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이 50억원 이상인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정형'이 규정돼 있지만 법관이 실제 형을 선고하는 `처단형'은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감안해 감경할 수 있다. 1ㆍ2심 재판부는 모두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징역 3년으로 감경하고 형 집행을 유예한 근거로 횡령액이 상환된 점, 피고인들의 국가경제 기여도 등 `유리한 요소'를 제시했다. 그러나 거액의 횡령액을 일거에 상환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 자체가 재벌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원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횡령죄를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의지보다는 온정주의적 입장에서 판단한 게 아니냐는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검찰 기소 단계부터 불구속 기소된데다 엄중한 처벌을 했어야 할 1심 재판부가 이미 집행유예를 선고한 터라 항소심 재판부의 운신의 폭이 좁았을 수밖에 없었다는점에서는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할 때 1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양형 부당은 원심의 선고형이 법관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원심의 양형이 항소심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정한 양형의 범위에 있으면 존중해야 할 것이다"면서 적절한 처벌수위를 놓고 고심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사회 지도층 비리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판단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횡령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법조계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재벌의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대표적인 재벌 비리인 `두산 비리' 사건에 대해 1ㆍ2심 법원이 연이어 집행유예 처벌을 함으로써 해묵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도층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 이목을 끈 사건이라 재판부도 고민해 신중히 판단했을 것이지만 보다 엄정한 판결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법 감정이 훼손되지않을까 우려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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