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석방된 해외도박/사회부 윤종렬 기자(기자의 눈)

법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수백만달러의 외화를 도박으로 탕진한 기업 인사들을 잇달아 보석으로 풀어주는 행위는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중소기업 사장들이 경영난에 시달려 자살까지 하고 외환위기로 달러화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행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곱게 보아줄 수가 없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30만달러(한화 2억4천만원)를 불법대출 받아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원근씨(35·상아제약 회장)가 26일 5천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서울지법으로부터 풀려났다. 이에 앞서 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 오종섭씨(41) 등 3명도 풀려나 해외도박사건 관련 혐의자 8명중 4명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 대부분은 도주의 우려가 없고 초범이란 이유로 석방됐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헌법상 보장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초범여부는 검찰의 수사가 미치지 않았을 뿐이지 정황으로 보아 법원이 쉽게 단정할 수 있을 만큼 명백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들은 외화를 불법유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서민이 도박을 하다 구속되었다면 그렇게 쉽게 풀려날 수 있을지에 생각이 미치면 일반인들이 법원의 이번 결정을 「유전무죄」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경제는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업인들이 있음으로 해서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열심히 일하려는 기업인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특히 정씨의 경우는 부도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차남이었다는 점에서 한보의 부도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번 보석결정을 지켜보며 과연 법은 만민앞에 평등한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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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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