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亞·중동, 서구기업 사냥 본격화

작년 유럽서 420억弗-美서 140억弗 규모 인수<br>풍부한 현금력 바탕 '역M&A' 새흐름으로 대두

아시아와 중동 기업들이 서구 기업 ‘사냥’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적개선과 주가 상승 등으로 대규모 현금을 거머쥔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사들이는 ‘역 기업인수합병(M&A)’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80년대 호황을 구가했던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부동산 사냥에 나섰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해 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유럽기업 M&A에 사용한 금액은 420억달러(약 42조원)로 2004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이머징마켓 기업들은 모두 93억달러의 자금을 들여 유럽기업을 사들였는데 이는 2003년의 총 금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머징마켓 기업이 주도한 M&A는 96건, 14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의 100억달러를 갈아치운 것이다. 중국 레노보그룹이 IBM의 PC사업을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서구 기업들의 M&A 사냥감이 되었던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이제는 서구 기업들을 사냥하는 위치로 전환하면서 일부에서는 이들 지역간 기업들의 역학관계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 영국의 항만운영 업체인 페닌슐러 앤 오리엔탈 스팀 네비게이션(P&O)이 두바이의 포트월드에 인수된 것을 꼽을 수 있다. P&O 주주들이 68억달러 규모의 인수를 승인할 경우 세계 3대 항만운영 업체는 모두 미국과 유럽 이외 지역에 기반을 두게 된다. 지난 12개월간 증시가 50% 급등하면서 쉽게 자금을 조달한 인도 기업들도 서구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바랏포지는 스웨덴의 이마트라 킬스타를 인수했고, 화학회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독일의 트레비라의 지분을 사들였다. 또 지난해 말 미국과 유럽기업 한 곳씩을 인수한 위프로는 7억달러 이상의 보유현금을 무기로 앞으로도 미국ㆍ유럽 기업들을 사들이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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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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