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미 FTA 효과 '그때 그때 달라요'

복음이 들린다. 한미 FTA를 체결하기만 하면 무려 67만명의 고용창출, 실질 국내총생산(GDP) 7.75% 상승이란 떡고물이 생긴단다. 농업이나 제조업 등의 피해를 커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그렇다는데 누가 감히 FTA 체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숫자가 불과 한 달 전에는 3분의1에 그쳤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다시 따져보니 FTA로 제조업ㆍ서비스업 생산성이 1%나 늘어난다”는 게 이유다. 그것도 직접 연구한 게 아니라 과거 다른 연구자들이 내놓았던 연구결과를 보니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가정이 추가되고 생산성이 늘어나는 분야가 있다면 반대로 줄어드는 분야는 왜 없을까. 짧은 기간에 FTA 효과가 무려 3~6배나 늘어난다는 건 연구 자체에 어떤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얘기까지 나오면 “구체적인 수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복음치고는 영 시원찮은 소식이다. 온갖 가정을 전제하며 먼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데 100% 정확한 수치를 내놓으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단 한 달여 만에 똑같은 연구기관의, 똑같은 연구자가 경제적 효과를 고무줄처럼 늘리는 건 좀 다른 얘기다. 또 다시 한 달 뒤에는 “알고 봤더니” 경제효과가 오히려 줄어들더라는 분석이 나오지 못할 것도 없다. 세계 최대 경제강국 미국이 숱한 선진국들을 제쳐두고 먼저 한국과 FTA 체결을 원하고 있다. 한번 맺어놓은 협정은 되물릴 수도 없을 뿐더러 그 효과나 폐해는 막대할 게 분명하다. 과도하게 표현하자면 마치 ‘전투’를 치르는 각오로 치열한 논리와 외교전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만반의 준비를 끝낸데다 전투는 이미 시작된 마당에 “적과 싸우면 이만큼 큰 돈이 나와요”라는 식의 어설픈 논리만 횡행한다. 핵심논란이 될 지적재산권 문제, 농업분야 피해에 대한 대비책 등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FTA가 체결되고 그 여파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을 때 한미 FTA가 복음이라는 예측에 과연 어떤 평가가 내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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