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다용도로 쓰이고 용도가 추상적인 판공비의 경우 증빙자료나 사용처가 불분명하더라도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판공비 등 조합자금을 사적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공비를 횡령했다고 인정하려면 판공비가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지출됐거나 합리적 범위를 넘어 과다지출됐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고 그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박씨 소속의 조합정관에는 판공비의 사용 대상, 목적, 지출방법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사용 후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지 않고 있다"며 "박씨가 판공비의 행방이나 구체적 사용처와 증빙자료를 설명ㆍ제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영득 의사에 의한 횡령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2003∼2005년 판공비를 개인용도로 쓰는 등 조합자금 4억7,000만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ㆍ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