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수강업계 경영난 어디서 왔나/무리한 시설투자… “자업자득”

◎“철강경기 둔화” 잇단 경고 무시/경쟁적 설비확충… 차입금 급증/금융비용 부담 눈덩이 “예고된 화”국내 특수강산업의 대명사격인 삼미특수강이 부도처리됨에 따라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환영철강과 한보철강에 이은 삼미특수강의 몰락은 최근 정부가 거론중인 국내산업 구조조정과 물줄기를 함께 하며 산업전체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특수강산업은 군수산업 및 기계·자동차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국가전략형산업인데다 관련기업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산업부 당국자는 『자금난을 겪어온 삼미특수강과 기아특수강이 지난해 고금리상환용 외화대출을 신청했으나 현행법상 지원해 줄 수 없었다』며 『그러나 삼미가 부도처리된 상황에서 더이상 정부가 방관할 수는 없다』고 말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수강업체들은 90년대들어 경쟁적으로 대규모 설비확대를 추진한 나머지 차입금이 크게 늘어나 과다한 금융비용부담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는데 삼미가 그 첫번째 케이스가 됐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특수강3사(삼미·기아·서울제강)의 부채비율은 지난 95년말현재 평균 7백%로 일반철강업계의 1백84%나 제조업의 2백87%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률도 일반철강업(6.2%)의 2배를 넘는 14.9%에 이르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특수강업체들의 경영난의 주된 원인을 수요증가를 웃도는 지나친 시설투자로 꼽고 있다. 합금강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은 미뤄둔 채 탄소강 등 범용제품 생산시설 증설에만 열을 올린 「자업자득」이라는 분석이다. 업계관계자는 『삼미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연산 1백50만톤 생산규모를 목표로 공장증설을 추진하자 기아특수강도 군산공장 확장에 나서면서 과잉투자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특수강업계 뿐만이 아니다. 한보철강의 부도를 계기로 표출된 철강업계의 수난은 무리한 시설투자와 이에따른 금융비용부담 때문으로 요약되고 있다. 수요예측에 실패한 채 무리한 시설증설 경쟁을 벌인 결과 자승자박한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철강경기는 지난 95년까지만해도 호황을 누렸으나 이같은 「재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경고가 수차례 제기되었다. 산업연구원(KIET)은 국내철강수요가 지난 94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의 경우 연평균 3.5% 성장할 것이나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1.3%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95년까지 철강으로 호황을 누린 국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고도화 및 합리화보다는 설비증설에만 치중함으로써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악화, 금융비용부담증가 등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체들은 지난 95년에만 4조1천24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었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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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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