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년층 "공공기관 취업 역차별" 불만

공기업 채용 줄고…공무원 연령제한 없애고…행시는 축소…<br>공항공사등 64개 기관 지난해에 한명도 안뽑아<br>"사회 진출도 못했는데… 입지 갈수록 축소" 호소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른 공기업의 신입직원 채용 감소와 공무원 채용연령 제한 폐지 등으로 청년층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 구직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리며 젊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순위로 꼽혔던 공기업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각 공기업들이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규직 신규 인원 채용을 가장 먼저 줄였기 때문이다.


매년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공공기관 청년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3%대 전후를 꾸준히 유지했던 공공기관의 정원 대비 정규직 청년채용 비율은 2008년도에 0.8%로 급감했다. 이 기간 동안 청년층의 채용 인원은 적을 때는 2,557명(2006년, 2.2%)에서 많게는 4,258명(2005년, 3.8%)을 기록했지만 2008년도에는 1,042명으로 대폭 줄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공항공사ㆍ대한주택보증ㆍ한국수출입은행ㆍ공무원연금공단 등 64개소는 인턴 외에 청년 신규채용 실적이 아예 없었다.


금융권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7)씨는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며 "워낙 채용 계획이 불투명하다 보니 공기업 취업에만 전념하는 학생들이 예전처럼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아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공기업 쪽으로 진로를 틀었지만 당장 올해 채용 규모도 짐작할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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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계획에 따라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공기업들이 신입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깎으면서 회사를 다니며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K공사에 취업한 유모씨(26)는 "요즘 들어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힘든 전형 과정을 거쳐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입사했지만 선배들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보수와 근무여건 때문에 상실감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회사 내 기득권 세대들이 구조조정의 비용을 신입사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신입들에게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 아니라 신이 버린 직장"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각종 고시와 7·9급(국가직) 공채를 포함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한 해 20만명이 넘는데 최종 선발 인원은 2,50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행정안전부가 오는 2015년부터 5급 공무원 채용인원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특채하겠다는 내용의 행정고시 개편안을 발표한데다 공무원 응시연령 제한 폐지로 고령자의 합격이 늘어나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직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최종 합격자 591명 중 10.3%에 달하는 61명이 36세 이상이었다. 이들은 공무원 시험의 응시상한 연령이 폐지되면서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다. 지난 6월 경기도에서 53세의 늦깎이 공무원 합격자가 탄생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40대 이상 연령층 합격자의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배모(27)씨는 "아직 기득권층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젊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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