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모토롤러사 구조 조정 박차… 제2도약 「눈앞」

◎D램 등 수익성 악화 사업 과감히 정리/「이리듐」 등 잠재력 큰 분야 전격 추진/2분기 주당순익 큰 폭 증가… 주가 1년전 수준회복미국의 최대통신업체인 모토롤러사가 최근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작업에 발벗고 나섰다.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을 아예 정리하고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가 하면 기존의 경직된 사업구조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전화, 무선호출기, 무전기, 반도체 및 전자부품을 제조·판매하면서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모토롤러가 지난 95년말부터 수익성 악화라는 장벽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토롤러는 우선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주력사업인 휴대전화사업에 에릭슨·노키야 등 쟁쟁한 후발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진데다 반도체경기 불황으로 적잖은 손실을 입고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모토롤러는 얼마전 수익성 악화로 회사경영의 큰 짐이 되고있는 D램 메모리분야에서 철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또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기간을 단축, 제품 개발에서 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한달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모토롤러는 올들어 반도체사업에 대한 대규모적인 조직 및 기구 개혁을 단행하고 일부 사업체본부는 해외로 이전시켰다. 제품별·지역별로 구분된 횡축 운영방식의 반도체사업부문을 고객별·지역별로 개편했다.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전략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따라 가전, 컴퓨터 네트워크, 자동차 등의 수송기기, 휴대전화 등 무선기기의 4대 고객별 그룹과 반도체부품 분야가 새로 설립됐다. 이같은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캘빈회장은『단기적인 재무구조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부문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모토롤러의 구조재편작업이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다방면에 걸친 구조조정의 성과가 이미 드러나기 시작해 일단 전환점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드러난 모토롤러의 지난 2·4분기 경영실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업성과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발표되자 그동안 모토롤러를 외면하던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주식 매입에 나서 단숨에 1년전의 주가수준을 회복하는 괴력을 보였던 것이다. 모토롤러가 갖고있는 막강한 저력을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공식 발표된 순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D램사업 정리에 따른 구조조정비용을 제외할 경우 모두 4억3천8백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동기보다 13%이상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당 순이익에서도 분석가들의 예상치인 6센트의 10배에 달하는 62센트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전년대비 10%나 늘어난 75억2천만달러를 올렸다. 특히 한때 휘청거리던 반도체사업을 비롯해 전부문에 걸쳐 고른 호조를 보였으며 주문량도 크게 늘어나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18%나 줄어들었던 판매액이 3% 증가했는데 더욱이 주문량은 무려 36%나 늘어났다. 하지만 모토롤러는 이에 만족치 않고 포화상태에 들어선 국내시장을 벗어나 중국, 동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5년 전체 매출액의 64%를 차지했던 해외부문의 비중을 오는 2000년엔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모토롤러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관련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다각화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올 3월 독일의 보시사로부터 지상무전사업을 인수한 것이나 스마트카드사업을 확대하고 카드용 반도체 등 관련제품 전담부서를 신설한 것도 그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이 회사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차세대형 고도정보통신 서비스사업인 「이리듐 프로젝트」. 98년 9월 가동을 목표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도록 전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에는 발사된 5대의 인공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미국에서 모토롤라는 품질의 대명사로 평가받고 있다. 모토롤러가 혁신의 귀재라는 세간의 평가에 걸맞게 그들의 경영구호처럼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세계」를 일구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정상범 기자> ◎변신주도 크리스토퍼 갤빈은 누구/승진 좌절후 차 통신분야서 두각 재기 성공/CEO 3대째 대물림… 일 통신시장 개방 주역 미국의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3대째 대물림되고 있다면 의아한 일이 아닐까. 올해 초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모토롤러사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크리스토퍼 갤빈 CEO(47)가 그 주인공이다. 조부인 폴 갤빈은 지난 28년 모토롤러를 설립, 자동차용 라디오를 개발해 명성을 날렸고 부친인 로버트 갤빈은 이동전화를 선보여 모토롤러를 부동의 세계 최고통신업체로 올려 놓았다. 그렇다고 크리스토퍼 갤빈이 아무런 검증없이 조상의 후광만을 업고 사령탑에 오른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 93년 로버트 갤빈은 크리스토퍼 갤빈을 CEO로 앉히려 했으나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갤빈가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모토롤러의 지분은 고작 3%.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이사회는 크리스토퍼의 능력을 좀 더 시험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승진이 좌절된 이후 크리스토퍼는 최고의 역량이 있는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1973년 모토롤러 영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마켓팅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오다가 지난 89년 자동차 통신 기기부문에서 7년만에 매출을 4배나 증가시키는 업적을 보인 터였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자신도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는 업적은 일본의 무선전화시장 개방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 94년 소극적인 당시 샬린 바셰프스키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설득, 일본이 통신시장을 개방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게 했다. 무선전화시장에서 최강을 자랑하고있는 모토롤러로선 일대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크리스토퍼는 조부와 선친이 그랬듯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재원을 전력 투입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통화가 가능한 위성통신 네트워크 「이리듐」. 모토롤러와 몇몇 합작회사들이 66개의 위성시스템 개발에 50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최근 침체기에 빠져있는 모토롤러를 재기시키기 위해선 장기적인 통신사업의 구조적 변환이 있어야 한다는게 크리스토퍼의 지론이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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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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