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대통령, 이부총리 사표수리 배경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7일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사표를 결국 수리했다.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처했던 이 부총리가 여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날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노 대통령은 고심끝에 수리 쪽으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지난 2일 이 부총리에 대해 `유임' 결정을 내린 지 닷새만의 일이다. 일단 이 부총리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제수장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이 부총리에 대해 거듭 재신임 의사를 밝혀온 청와대에서도 경제사령탑의 거취 문제를 놓고 적잖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실제 이 부총리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은 지난 3일 30대 트럭운전사인 차모씨가 금융기관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아 이 부총리 부인으로부터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일대 전답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언론을 통해 차씨가 은행에서 대출신청 하루만에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과정에 `윗선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상식적인 의문이 강하게 일면서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조용히 사실관계 확인작업에 착수했고,그 와중에 6일 이 부총리 부인의 허위 부동산 매매계약서 작성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더 이상 힘들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뒤늦게나마 청와대가 이 부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은 여론의 집중포화에 만신창이가 된 이 부총리의 리더십을 갖고는 앞으로 경제를 정상적으로 끌고 가기 힘들게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한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서민들의 냉소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 등 여론 악화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이헌재'라는 상품성이 시장에 주는 안정감과 그의 거취가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 보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중시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수요자인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면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에 대한 여론 악화 속에 내달 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돌입한 열린우리당의 내부 환경도 경제사령탑 퇴진을 재촉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지난 4일 이 부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을 시작으로 5일 장영달(張永達) 김두관(金斗官) 임종인(林鍾仁) 한명숙(韓明淑) 당의장 예비후보가 사퇴 촉구 대열에 가세했고, 급기야 참여정부 초대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文喜相) 의원이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부총리의 퇴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특히 문 의원의 언급은 여권 핵심부의 고민을 대변하는 듯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청와대를 위해 `퇴로'를 마련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여하튼 이번 문제로 인해 청와대는 지난 1월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에 이어 또다시 인사검증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인사시스템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선 문제는 노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박정규(朴正圭) 민정,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이 물러난 `이기준 파문'과 관련해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부패방지위원회 같은 외부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거론한 이후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이헌재 부총리의 경우 고위공직자 임명 후의 검증 문제가 또다른 과제로부각됨에 따라 현재 정부안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청와대의 여론수렴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될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초기단계 때부터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경제상황을 이유로 사실관계 파악보다 이 부총리 보호에 치중하는 등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 부총리 사퇴로 청와대가 안게 된 가장 큰 고민은 그의 후임자 선정에있다는 관측이 많다. 사실 청와대가 집착으로 비쳐질 정도로 `이헌재 유임'에 미련을 보였던 것도 경제가 오랜 침체 속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 부총리의 공간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현실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경제팀에선 특히 이 부총리 사퇴가 실용주의 기조를 뚜렷하게 지켜온 참여정부경제정책의 `개혁 유턴'으로 시장에 투영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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