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8일] 공공관리자 제도의 그림자

지난 3일 열릴 예정이었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무산됐다. 조합원들이 낸 총회금지 가처분 신청이 총회 하루 전인 2일 행정법원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때 입찰을 포기했던 A 건설사가 아무래도 아쉬워져 조합원을 부추겼다고 하더라' '건설사들끼리는 다시 입찰하자고 벌써 입을 다 맞췄다고 하더라' 등등…. 둔촌주공아파트만의 상황은 아니다. 서울 내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넘쳐나는 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소문은 대부분 진실인지 조차 알기 힘들다. '몇 단지의 누가 그러는데…' '친구가 실제로 봤는데…'로 시작되는 말에서 명확한 실체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뒤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에 악성 루머가 돌게 되는 이유는 정확한 정보의 미공개와 정보 주체에 대한 불신 탓이라고 한다. 재건축 등 사업장에서 악성 루머가 도는 것 역시 사업의 주체가 되는 건설사ㆍ조합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믿음을 얻지 못한 건설사ㆍ조합의 결정은 번번이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를 불러오게 된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자 제도'를 들고 나온 이유는 이런 악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장 다음주 시행될 공공관리자 제도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정비업체 선정기준만 해도 업체가 제출하는 사업수행계획의 배점이 100점 중 60점을 차지하는 등 주관이 개입될 요소가 너무 많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추진상황을 공개하기 위해 도입한 '클린업 시스템'의 정보 공개율도 아직 51.6%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제 공공관리자제 시범지구인 한남ㆍ성수 지구에서는 벌써부터 'A 업체와 구청 직원의 친분이 깊다'는 식의 잡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공공'이 개입함으로써 또 다른 비리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는 이유다. 제도를 적용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준비는 충분히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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