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확대와 영어마을 설립 열풍 속에 원어민 영어교사 구인난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 학교나 영어학원들은 원어민 영어교사 및 강사 확보에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 전국의 중학교에 750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새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중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원하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프로그램(EPIK)’을 통해 배치될 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130명선에 불과할 전망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원어민 교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공급은 정체돼 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EPIK 위탁기관을 교원대에서 국제교육진흥원으로 변경해 내년에는 채용인원을 400명선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PIK으로 충당할 원어민 교사 수가 절대 부족한 가운데 나머지 인원은 지방자치단체나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근무여건이 좋아 원어민 교사들이 선호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 140명의 원어민 교사를 신규 채용할 방침인데 지원자가 넘쳐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어민 교사들이 기피하는 지방의 교육청들은 인력 확보에 걱정이 앞선다. 특히 현재 월 10만원에 불과한 지방근무 수당으로는 원어민 교사를 지방으로 유인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올해 교육부에 EPIK을 통해 30명의 원어민 교사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제 배정인원은 절반인 15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부족한 인원을 자체 조달할 계획이지만 지방 근무를 자처할 원어민 교사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경상북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시도별 모집경쟁 속에 원어민 교사의 채용비용이 자꾸 증가하면서 농어촌 학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저렴한 비용에 영어 공교육을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도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전국적인 차원에서 원어민 교사의 선발 및 배치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에 비해 수업시간은 많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학원도 원어민 강사 확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최혁 원어민강사 리쿠르팅협회 회장은 “원어민 강사들이 학원을 꺼리다 보니 예전에는 월 200만원 정도면 채용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23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인난 속에 일부 원어민 강사들의 불법과외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어 관련기관의 단속이 요구된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스터디 회원을 모집한 후 카페 등지에서 5~6명 단위로 영어회화 과외를 하거나 집에서 일대일 과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2 비자를 발급받은 원어민 강사는 지정된 근무처 외에서의 강의활동이 일체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