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32)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전자제품전문상가에서 43인치 LCD 프로젝션TV를 구입한 뒤 지난 9월 고장으로 제조사인 삼성전자측에 AS를 요구했지만 `미8군 군납용으로 수출형이기 때문에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이씨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 부당함을 호소, 결국 무상으로 AS를 받기는 했지만 회사측의 늑장처리에 분을 삭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미 8군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에는 올해 초 모 전자상가내 상점에서 고급 디지털 TV를 구입한 한 소비자가 `상점주인이 미군에게 판매된 제품을 정상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인양 속여서 팔았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이 제품이 미군 영내에서 유출된 것을 확인했지만 해당 상점에서 이 제품이 판매됐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어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직적으로 미8군 군납 가전제품 빼돌리기가 자행된 흔적은 없지만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다수 적발될 경우 조세범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8군에 프로젝션TV, DVD 플레이어, 캠코더, 노트북PC 등을 납품하고 있는 삼성전자측은 “삼성이 직영점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전자제품 소매 유통점 등에서 미8군 군납제품이 빼돌려 판매되는 문제가 가끔 발생한다”며 “군납용인 만큼 군납 서비스센터에서 유상 AS를 받도록 안내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구입시 영문설명서만 있고 전압이 미국식인 110V이며 지나치게 가격이 싸다면 일단 군납용으로 의심을 해보는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