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노조하면 한 때 강경투쟁 노조의 한 상징으로 일컬어졌다. 고공철탑 농성에다 지난 3월 27일 새벽엔 회장 집 통 유리창을 깨고 집안으로 진입까지 했다. 이처럼 강성투쟁으로 일관했던 코오롱 노조가 노사상생(相生)만이 살길이라며 회사 살리기에 앞장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대변신은 대화를 무시한 투쟁은 노사공멸을 부를 뿐이라는 사실을 그 동안 뼈저리게 느낀 자기반성의 결과다.
지난해 2월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 삭감과 명예퇴직에 합의,상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코오롱 노사는 정리해고 문제가 불거져 대결로 치닫기 시작했다. 해고자 중심의 노조집행부는 회장 집 침입 등 강경투쟁을 고집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회사경영만 더 어려워질 뿐이었다. 자칫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조합원 사이에 번져 새 노조집행부를 구성하고 변신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하투(夏鬪)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포항은 전문건설노조의 장기파업과 격렬시위로 지역경제가 마비됐다. 울산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울산시에 기업사랑운동을 중단하라고 비상식적인 요구를 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옥쇄파업’에 돌입했다. 온통 강경투쟁 판이다. 시민의 삶이나 지역경제ㆍ협력업체의 어려움은 관심 없고 오로지 내 밥그릇 챙기기에 만 열을 올리고 있다.
시민까지 무시한 강경투쟁은 성공할 수 없다. 노동운동은 시민의 지지란 에너지를 공급 받을 때 기반도 넓히고 기대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강성 일변도의 투쟁은 노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될 뿐이다. 강경투쟁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은 주 48시간의 노동규제에 묶여 있는 프랑스와 독일 근로자들의 “더 일할 자유를 달라”는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근로자에게는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에서 월급 받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절실히 느꼈다”는 코오롱 노조원의 이야기는 강경투쟁으로 일할 기회를 빼앗긴 많은 노조원의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코오롱 노조의 변신은 과격 투쟁을 일삼는 노동운동의 나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