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돔과 고모라

문성진 기자<산업부>

최근 경제계와 정치권, 시민단체와 공공부문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 건설을 위한 ‘협약의 틀’ 만들기 노력이 한창이다. 사회 각 분야에 만연돼 있는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자는 이 자생적인 운동은 미래를 향한 새 기운으로 반길 만한 일이다. 특히 1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협약의 주체들이 한데 모여 실천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열띤 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를 대표해 앞으로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재계는 또 ‘강자의 횡포’로 지탄받아 왔던 불합리한 중소기업과의 하도급 거래관행을 바로잡고, 빈민과 소외계층에 직접적인 경제지원을 물론 스스로 기술을 익히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도 깨끗하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정치의 실현을 다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공공분야의 투명성 제고와 지속가능한 반부패시스템 구축 방안 등을 집중논의했다. 하지만 과거 ‘부패의 온상’이었던 정치권과 재계의 갑작스러운 ‘반부패ㆍ투명’ 운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듯해 걱정이다. 부정한 거래를 통해 권력과 금력을 나눠 가졌던 잘못된 과거를 떠올리면서 이번에도 또 다른 ‘거래’를 시도하는게 아니냐며 삐딱하게 바라보는 눈도 있다. 그러나 민생이 도탄에 빠진 지금, 우리가 부정과 부패가 남긴 ‘과거의 늪’ 속을 언제까지 맴돌아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부정부패는 정치권과 재계에 무소불위의 권능을 주었지만, 그것이 한국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권과 재계에게 부정부패의 과실은 달콤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다시는 ‘달콤한 과실’을 찾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의 동의와 감시가 필요하다.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빠져 나오면서 달콤한 미련이 남아 돌아보다 몸이 소금기둥으로 변해 버린 가련한 여인의 운명을 우리가 답습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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